◇유급 휴직 등 구조조정 돌입

두산중공업은 현재 과장급 이상 전 사원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중 2개월 유급 휴가 계획서를 받고 있다. 연말까지 희망자를 계열사로 전출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발전 기기, 담수 설비, 원전 설비 등을 만드는 두산중공업은 저유가로 중동에서 발주가 급감하면서 3~4년째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원전사업부마저 일감이 끊기게 됐다. 원전사업부는 임원진만 이미 30% 이상 감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인위적인 인원 감축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그나마 유급 휴가라도 실시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 어려울 텐데, 신규원전 이외에 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몸집을 줄여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합병을 결정했다. 이 회사 내부에선 "곧 사무직 중복 인력을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계열사의 추가 합병설도 나온다. 현대차는 또 트럭 등 상용차 실적 부진으로 상용차 생산을 30% 줄이고, 전주 공장 내 280명의 상용차 생산 인력을 다른 라인으로 전환 배치했다. 이 중 70여명은 울산·광주 공장으로 이동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100명 이상을 전환 배치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서울 장안동 동부터미널 부지를 매각했다. 점포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에 부딪히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대신 미래를 대비해 온라인 몰 등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 쌓기'에 돌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681억달러(약 77조원)로 한 달 새 55억달러(6조원)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하락하던 환율이 지난달 급등하자 기업들이 달러를 내다 팔아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 키우는 정부,내년 더 어렵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기업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2년 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대해 돌연 '고의적 분식 회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계 관계자는 "통신·금융 등은 정부 정책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데, 이렇게 쉽게 바뀌면 기업으로선 민감한 경영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도 기업들엔 또 다른 변수다.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계열사 지분 매각 등 기업 지배 구조를 바꿔야 한다. 또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 기업으로선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기업연구실장은 "엘리엇 등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잇따르는데 기업들을 이를 방어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불황보다 불확실성이 더 큰 악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