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말은 쉽지만 참으로 하기가 어려운 것이 남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남의 잘못이나 죄과는 따지거나 추궁하기는 쉬우나 용서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우리는 간혹 입으로는 ‘용서 한다’라고 하면서 여전히 마음속에는 완전한 용서가 안되고 응어리가 남게 되고 크고 작은 상처로 남습니다. 그러나 남의 잘못이나 죄를 용서하지 않고 증오와 분노와 미움을 그대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면 결국 그것이 독소가 되어 도리어 우리의 마음과 육신에 해를 끼치고 맙니다. 즉, 용서란 남을 위해 베푸는 이타적인 것 같지만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이기적인 것도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힘든 용서를 한 사람이 우리 주위에도 있었습니다. 두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고, 아니, 그것을 넘어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입니다. 그가 가족들에게 살인범을 양자로 삼겠다고 말을 하니 당연히 사모와 딸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지요. 사모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몸져 누었고 딸은 아버지에게 울면서 말하기를 ‘아버지, 용서하면 용서했지 아들 삼겠다니 제정신이세요? 아버지가 그 놈을 아들 삼으면 내게 오빠가 될 텐데, 날더러 그 원수를 오빠라고 부르란 말입니까? 아버지, 오빠들의 한 맺힌 소리가 들리지도 않으세요? 원수 갚아 달라고 저 하늘에서 슬프디 슬픈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오빠들이 안 보이세요? 저는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러나 손양원 목사는 “그 학생을 죽여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되겠느냐? 그가 죽는다고 오빠들이 살아 돌아오겠느냐? 그를 살리고 그의 영혼을 구한다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뿐만 아리나 한 인간의 타락한 영혼을 구제해 준 보람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득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용서란 무엇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분노와 울분을 모두 털어버리는 것입니다. 용서는 베푸는 것입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맑아지듯 우리의 마음도 더 새롭게 되는 것입니다.

 영국 의회의 중앙홀에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역사적 인물 가운데 영국 하원의원들이 뽑은 2위는 철의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이었고, 3위는 세계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질 전 수상이었습니다. 놀랍게도, 1위의 주인공은 정작 영국인이 아니라 ‘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악명 높은 흑백분리정책(Apartheid) 에 맞서 투쟁하다가 무려 27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석방된 후 ‘용서와 포용’,  ‘화해와 관용’ 정책으로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루고 나라를 하나로 뭉치게 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억압한 백인과 억압받은 흑인 모두에게 ‘진실은 아픔이지만 침묵은 죽음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립하여 숙청과 대립과 정치보복이 예상되었던 흑백간의 갈등을 ‘용서’하나로 치유를 하였습니다. 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여 그를 1위로 선정한 것입니다.

 영국의 웰링턴 장군은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군을 격파하여 명성을 떨친 유명한 장군입니다. 그런데 그의 부하중에 힘든 훈련과 전투에서 죽을까 봐 두려워서 탈영을 하는 등 군율을 어기는 문제 병사가 있었습니다. 웰링턴 장군은 결국 그를 사형에 처하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그동안 너를 제대로 된 병사로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여러 징계도 내려 보았고 심지어 영창에도 보내기도 했다.  너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았지만 너는 변하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너에게 할 것이 없으니 군법에 따라 사형에 처하겠다.” 그 때 옆에 있던 참모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군님, 장군님은 물론 군율에 따라 할 일을 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뭔데?“ 웰링턴 장군이 물었습니다. ”용서입니다.” 그 말을 들은 웰링턴은 큰 감명을 받아 그 병사를 용서하고 사형을 취소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벌칙이나 징계에도 변하지 않았던 그 병사는 그 후 완전히 사람이 달라져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용감하고 충성스런 병사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당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 때 당신은 용서라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에게 남을 책망할 있는 권리가 없다’ 라고 말했습니다. 용서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미움이나 증오에서 벗어나야 내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고통이나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용서하지 않으면 나도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용서’라는 주제로 쓴 시 한편이 생각납니다. 
이해인 수녀의 <용서의 꽃>’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용서하지 않은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날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부끄러움을 대신해 
오늘은 당신께 고운 꽃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토록 모진 말로 나를 아프게 한 
당신을 미워하는 동안 
내 마음의 잿빛 하늘엔 
평화의 구름 한 점 뜨지 않아 몹시 괴로웠습니다. 

이젠 당신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