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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진 칼럼> 제2의 핀란드가 돼서는 안된다"
정영진 논설위원
 1,2,4,8,14,16,21,56 - 로또복권 당첨번호가 아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숫자다. 즉, 세계 제1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경제대국 2위(G-2)이며, 국토면적이 세계 4위요, 發[fā]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숫자 8[bā]을 좋아하고, 14억명의 인구에다가, 무려 16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21개 언어가 있고, 56개 종족이 사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처럼 겉으로 보면 중국은 대국중의 대국이다. 그러나 최근의 중국의 행동을 보면 대국이 아니라 「史記」에 기록된 前漢 시대의 소국 중 하나인 아랑국(夜郞國)이나 다름없다. 세계 제2의 강대국이면 거기에 걸맞는 행동은 물론 국제 질서를 지켜야하고 대외정책 또한 국제수준에 맞아야할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제 도입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내 정치와 우리 경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충격은 우리 사회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압박은 군사적 압력· 인적 왕래 축소· 경제보복· 한류 콘텐트 규제 등 대부분 준법투쟁의 형식을 빌어 은밀하면서도 집요하다.

 중국은 안보와 경제를 연결시켜 한국을 압박하는 이같은 거친 수단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의 국내정치상황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려는 전술로는 결코 아시아의 주변국가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반대와 관련해 미국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항의 외에 특별히 이렇다 할 대응을 한 것이 없다. 반면 상대적 약자인 우리나라에 대해선 거칠게 보복을 가하고 있다. 미국을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미국과 동맹를 맺고 있는 만만한 상대로 여겨지는 한국에 대해 ‘대리전(proxy war)’ 양상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제조 및 미사일 개발 능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사드 체계 배치의 정당성이 점점 입증되고 있다. 결정 과정에서의 미숙함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과잉 반발 및 보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래도 가야할 길이라면 의연하게 가는 게 맞다.
 
 우리가 이번에 중국의 보복이나 압력에 굴복하게 되면 앞으로 중국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정부의 눈치를 보게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즉, 굴욕적인 ‘핀란드화(Finlandization)’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핀란드화란 약소국이 옆에 붙은 강대국의 힘에 눌려 자주성을 잃게 되는 것을 뜻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과 두 차례 전쟁을 겪은 핀란드는 독립을 보장 받는 대신 친소정책을 택해야만했다. 

 우리보다 앞서 중국으로부터 보복조치를 당한 나라는 대표적으로 필리핀· 일본· 베트남이다. 필리핀은 2009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수출 주력 상품인 바나나 수입금지조치 보복을 당했다. 2012년에는 필리핀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맞서 필리핀은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하여 승소를 했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을 경험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내에서는 반일시위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번졌다. 중국은 지금 한국에 하는 것처럼 일본 관광 중단 등 인적교류도 제한했다. 당시 일본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피해를 감수하고 버티니 중국도 손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도 대화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보복조치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또, 베트남은 중국이 압박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돌려주는 식의 뚝심외교로 맞섰다. 2014년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라셀 제도 인근에 중국이 석유시추 장비를 설치하려하자 초계함을 보내 철수를 요구하고 30여척의 어선을 동원해 작업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군함 및 어선과 물리적 충돌까지 벌여졌지만 결국 중국은 시추 설비를 철수하게 되었다.

 중국의 압력에 이처럼 일본은 버티기, 필리핀은 법대로, 베트남은 맞짱으로 대응한 주변국들의 대응에서 교훈을 얻는 복합적 처방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에게 답은 나와 있다. 당장은 힘들어도 결코 쉽게 머리를 숙여선 안 된다. 다만 당장의 이 어려움을 풀지 못하는 게 문제다. 긴 호흡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중동,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아 수출을 늘리면서 시장다변화에 힘쓰는 것도 또 다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적 단합이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국익문제가 달린 민감한 안보 및 외교사항에 대해서는 대화와 타협으로 우리 국민이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 되어 한 목소리를 낼 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수그러질 것이다.

정영진
논설위원/통일정책연구원 교수
arirangnews@hanmail.net



  등록일 : 2017-05-30 [11:21]  [뒤로] [인쇄]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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