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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위치: i밀양평론

  "<김석규칼럼>해외전략통신감청, 적과 우방 따로없고 휴대폰감청 대책, 우리나라만 없다"
김석규 박사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의 흥망성쇠 과정에서 군소 국가들과 민족종교들이 난립하다가 세계국가와 세계종교로 진화한다고 했다. 세계국가의 사례로는 로마제국, 페르시아제국, 몽고제국, 무굴제국, 중국의 수와 당 제국 등을 들었고 세계종교는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힌두교 등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종교문제는 차치하고 현재의 국민국가들이 진화·융합해서 어떠한 세계국가로 형성되어 갈 것인가? 어떤 학자들은 UN, IMF등 국제기구나 EU 등을 보면서 세계국가의 싹이라고 진단하지만 진정한 세계국가의 출현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세상의 중심이라면서 “中華思想”을 갖고 있던 수와 당 제국이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자부하던 로마와 같은 지역적 세계국가는 교통·통신의 발전으로 지구촌이 되어버린 시점에 다시는 생성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1일 생활권이 된 지구촌이지만 세계인구 80억(머지않아 100억)에다 인종, 문화, 관습, 언어가 다른 국민국가들이 통합된 단일 세계국가로 발전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길고 긴 시간동안 국민국가들 간의 경쟁과 타협, 갈등과 반목이 다반사로 세계는 몸살을 앓아가며 굴러 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든다. 국가 간에는 범죄에 대한 국가형벌권, 채권채무에 따르는 강제 집행권이 원활히 수행되지 않는 본질적 한계 때문에 법과 도덕이 뒷전인 무한경쟁의 살벌함이 존재한다. 위법한 국가행위에 대해 규제할 강력한 집행기관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도 현실이다. 무력한 UN을 보면 알 것이다.

정보전쟁터, 국익과 국가존립을 위한 혈전의 현장

UN의 기능에 한계가 있고 세계국가와 같은 이익과 정서 공동체가 이룩되지 않는 한 국민국가 간의 무한 경쟁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한 전쟁판에서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어온 것이다. 그만큼 정보가 중요하고 모든 성패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역시 정보전쟁의 승패가 전쟁승패의 귀결로 연결된다. 당시 영국의 대독일 감청계획인 ‘울트라 작전’ 미국의 대일본 감청계획인 ‘매직 작전’은 연합군 승리의 결정적 수단이 되었고 이 비밀작전이 공개되었을 때 2차 세계대전의 전사(戰史)를 다시 써야한다고 했다. 

1946~1980년간 미국과 영국은 소련의 암호교신을 감청하고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소련에게 핵개발 비밀을 넘긴 로젠베르그 부부의 범증을 확보하였고 소련의 자유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공작 침투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베노나 작전’이다.

냉전기 미국은 이러한 감청정보 수집을 위해 소련 주변에 100여개의 기지를 설치하였고 소련은 본토와 해외에 약 500개의 신호정보 수집기지를 설치하였으며 양측 모두 신호정보 수집 선박·항공기·위성 등을 늘려가며 치열한 경쟁을 전개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다극체제에서 국익과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각국의 정보활동의 강화추세는 냉전시 보다 더하면 더했지 완화될 기미는 전혀 없다.

정보수집 출처에는 전통적인 인간정보(Humint)와 기술정보(Techint)라는 양대 축이 있다. 인간정보는 기원전 2000년 고대 이집트 전사와 기원 500년전 손자병법 용간편에도 거론되는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통신감청이 기본이었던 기술정보는 단순한 유무선통신 감청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출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에셜론이라는 정보감시망은 기술정보의 총화라고 말할 수있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영국의 통신본부(GCHQ), 호주의 방위통신대(DSD), 뉴질랜드의 통신안보국(GCSB), 캐나다의 통신안보부(CSE) 등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의 네트워크, 즉 파이브아이즈가 연계되어 있다. 에셜론은 전화, 팩스, 전자메일, 무선전파, 항공기·함정의 전파 등 지구상에서 오가는 모든 유·무선 통신내용을 감청한다. 

인공위성이나 해저케이블, 광선로를 통한 전화통화와 메세지도 감청가능하며 극초단파로 음성이나 데이터를 전송하더라도 어디에선가 유선으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추적망을 벗어날 수 없다. 에셜론은 120개가 넘는 인공위성과 음성분석 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하루 30억 건의 통화를 감청하며 특정 단어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무작위로 수집한 수많은 정보 바다에서 유용한 특정정보를 추출해 낼 수가 있다. 여기에는 피아구분이 없다. 정치망 그물에 오만 고기가 다 들어오고 경우에 따라 밍크고래까지 들어와서 어민들이 로또 당첨처럼 횡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번에 노출된 미국의 비밀문건에 의하면 한국이 미국에 감청된 것과 마찬가지로 독일, UN, 헝가리, 중국, 튀르키에, 북한 등이 감청되었다. 과거에는 영국,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와 감청문제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장 많은 인공위성과 뛰어난 과학장비로 에셜론이라는 全 지구를 덮고도 남을 감청망으로 세계 각국의 숨결을 먼저 들으려는 것이 미국이다.

이와 똑 같은 목적으로 중국은 정보감시위성을 확장시키는 것과 더불어 군사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이버정보망에 일찍 투자했으며 중국의 사이버부대 규모는 20만~4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북한 역시 6천여 명의 해커와 사이버전문가를 운용하면서 컴퓨터 시스템정찰과 세계 도처의 은행,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 달러를 훔치고 한국 주요기관을 해킹하여 정보를 절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에셜론에 대응하여 ‘프셜론’이라는 정보감시망을 운용하려 하고 있고 독일은 최근에 암호통신감청, 전략적 해외통신감청, 온라인 수색과 같은 새로운 정보수집권을 정보기관에 부여함으로써 기술정보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는 국민국가단위의 무한경쟁 속에서 특히 정보전쟁에서 법과 도덕이라는 통상적 국가 內에서 지켜져야 할 규범들은 아예 무시하면서 국익과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기술정보수단에 의존하는 정보수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정보 중에서 최근 인터넷상의 해킹은 민간 해커를 비롯 다양한 해킹 주체들이 서로 뺏고 빼앗기는 무법천지라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 미국 기밀정보유출과 감청의혹에 대한 대응

이와 같이 미국의 에셜론, 독일의 해외통신감청 법제화, 영미의 에셜런에 대응할 프랑스 감청시스템, 북한·중국의 해커부대 운용, 러시아의 연방정보통신청 등 각국의 기술정보 즉 통신감청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면 되었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 대응하여 우리의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야하고 우리의 과학정보 기능도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우리의 대응일 것이다. 국가 간의 정보전쟁은 적과 우방이 없다. 도덕과 법률 이전의 문제로 오로지 국익과 국가안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이다.

이번의 한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감청자료 비밀 문건 유출에 따른 우방에 대한 감청문제에 대해 적절한 외교적 불만표시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도리는 없다. 비밀정보기관 활동의 노출에 따른 혈맹의 난처함을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제관계이고 외교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내 수사절차상 감청관련 법제 마련

감청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되지 않은 현실이다. 전자통신 방식이 획기적으로 발전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놀로그 방식의 통신감청제도와 장비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은 9.11테러와 AI시대 전자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휴대폰을 비롯한 인터넷 감청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조치를 했고 독일 등 유럽각국도 마찬가지이다. 부끄럽고 통탄스럽게 대한민국만 감청영장을 받아놓고도 국회의 입법 불비로 휴대폰 감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좌파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비겁한 우파 국회의원들의 비협조속에 적절한 입법조치가 없어 사법절차에 의한 감청영장을 시행 못하여 테러, 방첩, 긴급한 범죄상황 등에 대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1994년 12월 이동전화를 포함한 디지털 통신감청지원법(CALEA)을 제정하여 휴대폰 감청을 시행하고 있고 한국만 제외하고 OECD국가 전부가  휴대폰 감청을 시행하고 있다. 기가 막힐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만 할 일을 방치하여 국가와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비웃고 있는 줄을 우리 국회의원들만 모른다. 아니 모른 척 한다.

이것은 결국 국민의 피해와 국가안전 보장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국가 간의 전략적 해외통신감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진행되는 상례적인 것으로 우리나라의 보안대책을 강화할 정책적 사안이고 이번 미국의 감청기밀 누설 사건은 철없는 젊은이의 영웅심리 때문에 노출된 해프닝일 뿐이다. 

이것으로 여야 정치권에서 과도한 논란을 벌이고 일희일비하며 중요한 대통령의 방미와 현안협상을 앞두고 계속 떠벌릴 일도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만 못하는 휴대폰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법제화하여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시여! 각성하시오!

김석규 /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 고문 

- 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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