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핵공유와 조금 다르지만, 한미 양자 간 맺은 것이기 때문에 NATO의 다자간 약정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문서로 정리된 첫 번째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진행 발전시키면 확장억제정책의 새로운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NATO 핵공유는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튀르키예 등 유럽 5개국 6개 기지에 B61계열 전술핵폭탄 150여 개를 배치하고 NATO 핵계획그룹(NPG)을 통해 정책을 조율한다. 이들 핵무기에 대한 관리는 전적으로 해당 기지에 주둔하는 미 공군·육군에서 맡고 있다. 이들 핵탄두는 미국 워싱턴에서 직접 송신하는 긴급행동 메시지 발사 코드를 입력하기 전에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즉 핵무기 사용 결심은 미 대통령의 불가침 권한이며 통제와 보관임무도 미군이 담당한다. NATO 국가들이 독자 핵무장을 포기하는 대신 특정상황에선 반드시 핵을 사용한다는 식의 약속을 받아내려 했지만, 미국은 끝내 거부했다. NATO 핵공유 역시 미국의 독점적 지배권에 종속돼 있는 것이다.

민사법 이론에서 공동소유를 공유·총유·합유라는 어렵고도 복잡한 개념으로 나누듯이, 핵이라는 명사와 결합된 ‘핵공유’라는 개념 역시 복잡 모호하다. 이것은 NPT가 발효되기 전에 NATO방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특성화된 고유의 개념일 뿐, 한국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번 한미간 합의한 NCG보다 더 강하고 유효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미국의 독점적 지배를 부정할 수도 없다.

미국 NSC선임국장 에드 케이건이 한국 특파원단과의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했는데 이런 설명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핵공유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른 논란이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의 실체적 진실을 알려면 지난 4월 26일 워싱턴 프레스센터 브리핑시 김태효 제1차장의 ‘워딩’을 음미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김태효 1차장은 "이번 워싱턴선언으로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확장억제 효과가 뛰어나 ‘핵공유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한 것일 뿐 핵공유를 달성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자가 한국 정부가 핵공유라고 주장한다고 미 NSC당국자에게 질문하니, 당국자는 핵을 실제 배치하는 핵보유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핵공유는 해당국에 주둔한 미군이 관리한다 할지라도 핵을 해당국에 직접 배치하는 것이다. 때문에 NPT준수 문제, 주변국의 반발 등을 고려해 미국의 책임있는 관료로서 그렇게 대응했을 것이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미국은 부정하는데 한국만 핵공유라고 일방 선언하고 있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케이건 선임국장이 너무 나이브하고, 김태효 차장이 언급한 팩트를 정확히 몰랐다는 것이다. 특파원단 브리핑시 "NATO 핵공유와는 다르지만 그것보다 더 확장억제에 유효한 방안으로서 한국 국민이 사실상 핵공유 수준의 효력을 느낄 수 있다는 표현에 동의한다"는 정도로 힘을 실어 줬더라면 좋지 않았나 싶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고위 정무직 공무원은 정책 입안과 실행에 있어서 대언론 브리핑, 즉 정책홍보 문제에 민감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방미 보좌진들이 미국 해당 관료들과 이 문제에 언론 브리핑시 어떻게 대응하고 발표할 것인지 사전 조율하는 부지런을 떨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무 문제도 아닌데 약간의 소통상 문제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폄훼하려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야권의 좋은 입방아거리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워싱턴선언은 결과적으로 보다 발전되고 전향적인 확장억제장치를 만드는데 합의한 훌륭한 성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