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과시하고자 외래어를 마구 섞어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이들은 종종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순화되지 않은 외래어를 섞어 말하곤 하는데 마치 외래어를 많이 부려 써야 학식 있고 자신의 품격 또한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필요하지만 우리 말글을 내팽개친 채 남의 나라 말이 더 좋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언어 사대주의 현상이 자꾸만 팽배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일반인들이 알게 모르게 쓰고 있는 외래어도 문제지만 언중의 말글살이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신문과 방송,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퍼뜨리는 외래어는 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외래어는 우리말을 윤택하고 풍부하게 할 경우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함에도 우리말이 없어질 우려가 있을 정도로, 혹은 사람들이 그 뜻을 헤아려 파악해야 할 정도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과 외래어를 섞어 쓰거나 외래어만 쓰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경남 테크노파크 유치 확정’, ‘혁신 클러스터 발표’, ‘R&D 확대’, ‘F1 유치’, ‘F3 확정’, ‘태스크포스’, ‘클린 도시’, ‘컨벤션센터’, ‘엔터테인먼트’, ‘동북아의 허브 도시 건설’, ‘인프라 구축’ 등 외래어로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외래어들은 전문가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 외에는 대부분이 그 뜻이 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리라 생각한다.
홍보는 해당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기 위해 널리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외래어로 가득 찬 현수막으로 시정을 홍보하는 것은 의미전달이 잘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신까지도 황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가 제 아무리 국제화, 세계화, 지구촌 시대라 해도 민족의 정체성은 지켜 나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말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유행한 ‘신토불이’란 말과 ‘우리 것이 가장 좋은 것이여’란 말은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잘 알다시피 한글은 수천 개에 달하는 문자 가운데 창제자와 창제 시기, 창제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로 인류가 성취한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물로 손꼽힌다. 유네스코(UNESCO)는 1997년 10월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으며 국가경쟁력의 속도를 좌우하는 정보화 친화도에 있어서도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한글이다. 이러한 위대한 민족의 자산을 올바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면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정 홍보든 국정 홍보든 공공기관에서 아무런 여과과정 없이 외래어를 남용하는 것은 그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왜냐면 그러한 분별없는 말글살이가 우리 말글을 병들게 하고 끝내 우리 민족의 얼을 흐려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말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비단 국어학자들만의 몫은 아니지만 창원시의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에 대해 언론이나 국어학자들이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박성규(한국교열기자협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