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방 내부는 1970~80년대로 시간이 멈춰 있다. 사장 이춘자(63)씨가 15년째 혼자 손님을 맞는다. 커피 한잔에 2000원, 단골은 1500원으로 20여년 전 가격 그대로다. 1952년 문을 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기록을 갖고 있는 전북 전주시 경원동의 삼양다방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올해 초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4층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기 때문이다.

전주 구도심 삼양다방은 62년 세월 동안 지역 문인과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 미술전도 이어졌고, 작가들이 주고 간 작품들로 벽면이 빼곡하다. 그 작가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고, 남은 단골도 대부분 추억에 사는 70~80대 노년들이다.

이 거리는 다방 위층의 전주MBC에 이어 1980년대 이후 주변 전주시청과 전북은행, 전북도청·경찰청 등이 차례로 떠나면서 발길이 뜸해졌다. 오전 8시 30분 문을 열어 오후 6~7시까지 찾는 손님은 이제 60~70명 선. 사장 이씨는 22년 전 다방을 인수해 끓는 물에 커피잔을 데우는 일로 하루를 열어 왔다. 이씨는 "정든 단골들을 못 봐 아쉽고, 그분들이 머물 곳이 사라지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커피박물관은 올해 초 삼양다방에 기금을 보내왔으나 이씨는 사양했다. 이씨는 벽면을 채운 작품들도 모두 주인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