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5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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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만원 무조건 빌려준다? 금융 숫자의 비밀"
- - 300만원=대부업체 한도 -
한달 벌면 갚을 수 있는 금액, 월급 잘 안 올라 10년째 유지

- 700만~1000만원= 카드 한도
직장·나이 등 종합적 심사… 月가처분소득 2~3배 내로

- 5000만원=예금자 보호금액
1인당 GDP 2~3배에 맞춰 시장신뢰 안 해치는 범위로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상담 없이 300만원까지 대출해 드립니다"고 강조하는 대부업체들의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대부업체들은 뭘 믿고 이런 식의 영업을 할까. 대부업체들이 처음 보는 사람을 상대로 300만원을 선뜻 빌려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제시하는 각종 대출한도와 금리 수치는 다 나름의 산정 근거가 있고, 그 속엔 철저히 계산된 영업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근로자 한 달 월급 수준이 빚 잘 갚는 마지노선

대부업 시장에서 표준이 된 300만원 한도를 최초 도입한 곳은 재일교포 최 윤 회장이 설립한 러시앤캐시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2002년 국내에서 대부업을 시작하면서 초기 한도를 얼마로 할지를 고민하다가 관련 서적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한 달 월급 정도의 돈은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잘 갚는다"는 문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 달치 월급 정도의 금액은 대체로 큰 부담으로 느끼지 않으며, 이 정도 적은 금액을 연체했다가 더 곤란한 일을 당할 수 있어 잘 갚는다는 것이다. 또 '한 달만 벌면 갚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주는 숫자라고 한다. 최 회장의 전략은 적중해 아무 담보 없이 300만원을 빌려줘도 대출금 연체율이 10%대로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러시앤캐시가 대성공을 거두자 다른 대부업체도 그대로 따르면서 첫 신용대출 한도 300만원은 업계 표준이 됐다.

 경제가 성장하는 데 수년째 한도 3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경기 침체 등으로 직장인 월급이 잘 오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직장인 월급이 많이 오르면 대출 한도도 올릴 수 있을 텐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들은 최초 거래 때 연체 없이 상환하는 사람이 다시 대출을 요청하면 한도를 조금씩 높여주는 전략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월급쟁이 신용카드 한도가 월 700만~1000만원인 이유?

대부분 직장인의 신용카드 월 사용한도는 700만~1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카드사들의 나름 복잡한 산정 과정을 거친 것이다. 카드사들은 카드 발급 신청이 들어오면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신청자의 추정소득과 채무원리금상환액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략적인 가처분소득이 나오고, 여기에 직장 정보, 나이, 이용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신용등급 5~6등급인 사람을 기준으로 월 가처분소득의 300% 이내에서 카드 사용한도를 부여한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계산 과정을 거치면 보통의 직장인들은 한도가 700만~1000만원 수준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현금서비스 한도는 좀 더 낮다. 카드 사용 한도의 40% 내에서 한도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는 직장인의 한 달 월급 정도 수준이다. 업권은 다르지만 대부업체들의 첫 대출 한도와 비슷한 셈이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인 이유?

1인당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는 원래 2000만원이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 위기가 발생하고,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우려되자 정부는 예금 보호 한도를 무제한으로 확대했다.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조기졸업에 성공하는 등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정부는 예금보호 한도 정상화 조치에 나섰고, 무제한 보장을 5000만원으로 높였다. 결과적으로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당시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금보호 한도가 당시 1인당 GDP(국내총생산)의 5배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예금 보호 한도는 1인당 GDP의 2~3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무제한으로 보장하다가 갑자기 예전 수준으로 돌리면, 시장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좀 더 힘을 얻으면서 5000만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과도한 예금자보호는 화(禍)를 가져왔다.

높은 금리만 보고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으로 무분별하게 자금이 유입되면서 2010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010년 당시 예금자보호 수준을 낮추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축소되지 않았다. 10년 사이 경제가 성장하면서 1인당 GDP가 2000만원 정도로 높아져 5000만원이란 숫자가 1인당 GDP의 2~3배 범위 내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품은 왜 연 5% 금리를 내세울까?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미리 보는 내 연금 교보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상품 출시 4개월 만에 보험료 수입이 100억원에 육박했다. 히트 비결은 연 5% 금리에 있었다. 보험사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 예금상품이라고 선전을 할 때 주로 내세우는 금리가 연 5% 수준이다. 왜 하필 5%일까. 전문가들은 "대중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제학 교과서상의 중립금리 수준 정도는 돼야 고금리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경제주체들이 바라는 수익률은 중립금리에 거의 근접한다"며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5%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수익률의 마지노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일 : 2015-03-03 [09:30]  [뒤로] [인쇄] [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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