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운용방향 주요내용=

정부가 30일 발표한 ‘2004년 경제운용방향’의 핵심은 서비스업을 키우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기록적인 수출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위축되고 있고 청년실업·신용불량자 등의 문제가 계속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늘리기에 총력=정부는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뒤늦게 비상을 거는 분위기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매년 늘던 일자리 수가 올들어 처음 감소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 1~11월 평균 취업자 수는 2천2백1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2백18만명)에 비해 4만명 줄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관광·유통 등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1992년 이후 광공업에서는 일자리 78만개가 없어졌지만, 서비스업에서는 4백48만개가 느는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1·4분기 중 금융·세제·규제 등 각 분야에서 제조업에 비해 차별적인 제도를 철폐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또 국책은행을 통해 서비스업에도 특별자금 2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부 국내 기업에서 시행중인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토지개발 쉽게=정부는 각종 토지규제가 기업의 투자확대를 막고 있다고 보고 각종 법규에 흩어져 있는 토지관련 규제를 ‘국토계획법’으로 일원화하는 것 등을 담은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키로 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어떤 토지가 어떤 규제를 받는지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산업단지 지정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미분양 산업단지에는 비제조업도 입주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로드맵에는 ▲도시 기본계획 승인권의 지자체 이양 ▲대도시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도시와 주택관련 규제완화도 담긴다. 정부는 또 농지 전용을 통한 토지 공급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점=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를 늘릴 방안을 여러가지 내놓았지만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책방향을 잘 잡았지만, 다급한 나머지 이것 저것 긁어모은 인상이 짙다.

우선 토지규제를 완화하면 투자활성화에 도움은 되겠지만, 토지 개발이 쉬워진다 해서 당장 투자가 유도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토지규제 완화는 환경파괴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 실제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일자리 나누기는 근로자에게는 임금 삭감, 사업주에게는 비용상승의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커 확대하기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성장을 이끌 만한 구체적인 유망 산업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현재 기업이 투자를 못하는 이유는 노사갈등 등 사회적인 여건이 불안한 탓이 크므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단위 교대근무’ 화제=

재정경제부는 3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2004년 경제운영 방향’을 보고하면서 유한킴벌리의 독특한 근무 방식을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등은 1999년부터 ‘16일 단위 교대근무’ 방식을 도입,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회사 분위기도 좋아졌다는 설명이었다. ‘16일 단위 교대근무’에서 종업원은 1~4일째(4일간)는 주간에 하루 12시간 일한다. 5~7일째(3일간)는 집에서 쉬고, 8일째는 회사에 나와 교육을 받는다. 그런 다음 9~12일째(4일간)는 야간근무조로 바뀌어 하루 12시간 일하고, 13~15일째(3일간)는 집에서 쉰 뒤, 16일째는 회사에서 교육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