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은행은 ‘2004년 아시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좌파 성향인 정부(left-leaning administration)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가 (기업의) 설비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치은행은 그러나 “이 같은 설비 투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5%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도이치은행이 1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 전망’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도이치은행은 매년 한국을 비롯, 중국·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 등 아시아 10개국에 대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또 “대통령은 그의 정당이 (대기업들로부터) 상당한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이 같은 금융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어 “이 같은 정치적 우려와 내수 경기의 불확실성 등 때문에 (기업들은) 올 하반기까지 설비 투자를 미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설비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특히 오는 4월 총선이 매우 격렬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여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도이치은행 마이클 스펜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좌파 성향의 한국 정부’라는 보고서의 표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기업들이 한국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하반기까지 설비 투자를 미룰 것”이라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 상반기에는 3~3.5%, 하반기에는 6~7%를 각각 기록, 연평균 5%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펜서 이코노미스트는 또 “한국은행이 올 연말쯤 경기 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부터 통화 긴축 정책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환율과 관련, 현재 1유로당 1.28달러의 환율이 연말쯤 1.4~1.5달러까지 치솟고 엔화도 달러당 90엔까지 절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달러당 원화는 현재 1187원에서 올연말 1150원, 내년 말 1125원 등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