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 반대운동을 경제적 보상으로 무마하는 근거로 삼아온 송주법의 국회 처리가 해를 넘길 상황에 처하면서 밀양 사태도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18일, 24일 전체회의에서 송주법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송주법 법사위 통과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밀양 주민과 한국전력의 직접 대화 및 협의를 내건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직접 대화는 실무회의만 한 차례 열렸을 뿐 한전 측이 직접 대화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법사위는 26일과 30일 회의에서도 송주법을 안건으로 상정할지 불투명해졌다.

송주법 처리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밀양 송전탑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에서까지 대화를 촉구하는 데도 묵묵부답으로 공사만 강행하는 정부와 한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전탑 건설예정 지역에서 재산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마을 지원금 등으로 간접 지원을 실시하는 내용이 담긴 송주법은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밀양 주민들은 보상을 바라고 반대 운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며 정부와 한전이 금전적 보상을 빌미로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주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것도 정부와 한전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3일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78명은 정부·한전과 주민들의 대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