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한나라당 이계진 당선자는 ‘조용한 운동’을 전략으로 삼았다. 이 당선자는 선거 초반부터 “강원도민은 보수적이라 퍼포먼스를 벌이거나 남을 비난하는 걸 싫어해 철저히 자기PR만 하겠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방송 활동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진 그는 명함도 거의 돌리지 않았다. 

강원도 강릉의 한나라당 심재엽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유림들을 만나러 다녔다. 강릉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친정으로, 유림학파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다. 특히 심 당선자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이후 유림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강원도 지역은 면적에 비해 인구수가 적어 여러 지역이 한데 묶인 경우가 많았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당선자의 지역구인 태백시 영월·평창·정선군은 서울시 면적의 7배나 되는 곳. 이 당선자는 군과 읍을 이동할 때마다 ‘민박’을 하는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민박 운동’은 강원도 속초시 고성·양양군의 한나라당 정문헌 당선자도 즐겨쓴 방식이다. 

광주 동구의 열린우리당 양형을 당선자는 선거 분위기에 따라 명함을 달리해 재미를 본 경우. 열린우리당은 광주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양 당선자는 선거 초반 열린우리당 표시가 크게 들어간 명함을 만들었다가 지역주민들로부터 “배신자 당이 뭐가 자랑이라고 이렇게 크게 로고를 새기고 다니냐”는 핀잔을 들었다. 이후 그는 열린우리당 로고를 구석에 조그맣게 넣은 명함을 새로 만들었지만,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열린우리당 로고가 다시 효력을 발휘했다. 

양 당선자는 탄핵 역풍 이후 열린우리당 로고를 크게 넣고, 뒷면에 정동영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은 명함을 새로 찍었다. 그러나 효과도 잠시.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문제가 된 후로는 나이든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다 “투표하지 말라더니 여긴 왜 왔어?”라며 혼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나라당 유정복 당선자는 선거운동 터를 잘 잡아 성공한 케이스. 그의 선거운동 방법은 일명 ‘길목 지키기’로 통한다. 김포 출마자인 유 당선자는 퇴근시간 무렵 서울 강서구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시민들이 강서구 방화동 송정역(지하철 5호선)에서 버스를 갈아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유 당선자가 송정역에서 명함을 돌릴 때마다 유권자들은 “저 서울사람 아니에요”라며 뿌리쳤지만, 뒤이어 “김포 후보입니다”라고 말하면 유권자들이 다시 한 번 돌아봤다고 한다. 

한나라당 후보 중에는 ‘늙지 않다(I’m not old)’는 이미지를 강조해 선거운동을 벌인 후보도 많았다. 서울 용산구의 진영 당선자는 5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선거운동을 벌여 젊은층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