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무려 70여명으로 조직된 국내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했다. 텔레마케터 역할부터 조직총책까지 보이스피싱 전체 조직 전모를 사법당국이 한꺼번에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봉석)는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은행 대출승인 담당 직원을 사칭해 34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김모씨(51) 등 7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씨를 비롯한 7명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5개월 남짓 동안 약 233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약 34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챘다.

이들은 휴대전화 대출광고 문자를 발송하고 이를 보고 전화한 대출희망자들에게 정상적인 금융기관의 대출을 알선하는 것처럼 상담한 후 발신번호가 K, H은행 등의 대표번호로 조작된 인터넷전화로 은행 대출승인 담당자를 사칭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특히 낮은 신용등급으로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피해자들의 DB를 확보해 이들에게 소액 대출알선 수수료를 요구한 뒤 다시 대출을 위해 실적이 좋은 법인회사 직원으로의 등재나 지급보증서 등 서류 작성이나 4대 보험 가입 등이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추가 수수료를 계속 요구하는 등 피해자들의 곤궁한 사정을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번 범행의 특징은 국내에 기반을 둔 대규모 전화금융사기조직이라는 점"이라며 "업무매뉴얼을 통해 전화상담원에게 사전 교육을 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신번호가 제1금융권의 대표번호로 자동 변환되는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전화금융사기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범행 수법이 갈수록 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국 등지에 콜센터 사무실을 두거나 중국 조직과 연계돼 현금 인출 등 일정 역할만을 담당하는 기존 보이스피싱 방식의 대출사기범들과는 달리 이 사건은 광고문자 발송부터 현금인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위가 국내 조직에 의해 이뤄졌다.

또한 역할이 세분화된 총 인원 70여명의 대규모 사기범죄 조직을 통해 대출희망자들의 예상 질문과 답볍 요령,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게 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기술한 30여쪽 분량의 '마케팅 지침서'를 토대로 전화상담원들을 교육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