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오랜 잠적을 깨고 나오는 데는 일본측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은 김씨와 다구치 가족의 만남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외무성이 직접 나서 우리 정부에 협조를 구했다. 일본 취재진 수백명이 주초부터 부산에 진을 치고 있는 것도 일본의 폭발적인 관심을 반영한다.

북한은 1978년 실종된 다구치(당시 22세)의 납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난 2002년 9월 일북 정상회담 때 “다구치는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무덤은 저수지 제방이 쓸려내려가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구치는 1987년에도 일본어를 가르쳤고,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라며 다른 주장을 해왔다. 

한국 입장에서도 김씨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 과거사위의 조사 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부 세력들이 ‘조작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는 칼기 사건에 대해 ‘유일한 증인’인 김씨가 이번 회견을 통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김씨가 최근 “지난 10년간 좌파정권과 방송 등이 칼기 사건 진상을 왜곡하고 나를 인민재판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정치적인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