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5 (토요일)

 밀양뉴스 시사평론 | 밀양정치/경제 | 인물포커스 | 뉴스인뉴스 | 포토/화보 | 기사제보

아 이  디
비밀번호

[비밀번호 찾기]


사회
방송/연예
스포츠
문화/생활
정보/과학
정치
경제
전국
의학

미디어밀양

지 역 소 개

인 명 D B

관련사이트

관 광 명 소

미리벌광장(독자참여)

제목 없음

제목 없음

 

 현재위치: 중앙뉴스 >> 전국
/board/skin/KLEE21_NEWS/view.php3

  "한끼 4000원짜리 밥값으로 뇌물까지 주었다니"
하던 일이 여의치 않아 지난해 봄까지 아파트 건설현장을 전전했었다.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근 4년을 넘겼다. 그때 내가 한 일은 바닥재(장판)를 시공하기 위해 거실과 방의 바닥을 말끔히 긁어내고 쓸어내는 청소였다. 온몸이 시멘트 먼지 범벅이었다. 공업용 방진 마스크를 썼지만 한나절 지나 마스크를 벗으면 콧속과 콧잔등에도 시멘트 먼지가 뽀얗게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세수는커녕 손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저 식당 같은 곳에서 주는 물티슈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얼굴을 대충 닦고 콧속을 후비는 게 전부였다.

결국 함바(건설현장 식당)의 수돗물로 세수를 하고 손을 씻는 것이 우리가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때 건설 현장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함바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그곳엔 먼지가 없었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따뜻했다. 일반 사람들처럼 대화할 수도 있었다. 비록 누추한 임시 시설이었지만 우리에게 함바는 유일한 쉼터였다. 그만큼 건설 현장은 열악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현장에서 일하면 한 시간도 안 돼 온몸이 땀에 젖는다. 그 몸으로 샤워도 못한 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생수병에 물을 받아 건설 현장의 구석진 곳에서 수건을 물에 적셔 몸을 닦아냈다. 그래도 냄새는 났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서야 했다. 그게 어려우면 시치미를 떼고 창밖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고역이 화장실 문제였다. 건설 현장의 간이 화장실은 멀리 떨어진 곳에 몇 개 있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엄청 불결했다. 고층 아파트 공사장에서 그곳에 다녀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작업반장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인부들 중에는 현장에서 그냥 실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걸리면 퇴출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겨울이 되면 훨씬 더 나빠졌다. 처음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데 어떻게 이런 곳이 있는가 싶었다. 아프리카 빈민국도 아닌데 샤워는커녕 손도 닦을 수 없고 용변을 제대로 볼 수도 없는 것이 건설 현장의 사정이란 것을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형 재벌급 건설사 현장 여건은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없었다.

어쩌다 건설회사 정규 직원들의 현장사무실에 들어가 보면 ‘천국’ 같았다. 물론 그 사람들과 우리가 처지가 같은 것은 아니라 해도 차이가 너무 심해 ‘저 사람들 눈에 나도 사람으로 보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장이나 몇몇 기술자들 말고는 건설 노무자 대부분이 나같이 갈 데 없는 사람들이나 못 배운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 살림만 하다 나온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었다. 여기 아니면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거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다 신문에서 함바 비리사건을 보았다. 55세의 내 눈에는 그 사건에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한 끼에 4000원인데, 도대체 식재료 원가가 얼마이기에 저렇게 뇌물을 쓸 정도로 이익이 남는 것일까’였다. 아무리 간이 건물에 낡은 중고 의자, 테이블뿐이어서 임대료와 시설비가 싸다고 해도 4000원에서 뇌물까지 바칠 이익이 나왔다면 그동안 내가 먹었던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음식이었을까. 화가 나기보다는 슬펐다. 뇌물을 받을 곳이 없어서 사회 밑바닥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밥값에서 나온 돈을 받을까. 일하고 배가 고파 맛있게 먹었던 그 음식들 뒤에 뇌물 거래가 있었다니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

요즘 같은 겨울은 건설 현장의 노무자들에겐 서러운 계절이다. 이 추위에 함바 비리 뉴스를 보니 건설 현장에서 고생하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혹시 이번 기회에 열악한 아파트 건설현장 환경이 알려져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등록일 : 2011-01-21 [10:56]  [뒤로] [인쇄] [기사목록]

 밀양뉴스 CEO인사말광고안내제휴문의기사제보

발행인ㆍ편집인 : 김미숙 |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은중앙로 156 | ☏ 055-352-3399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4049
등록년월일 : 2008.01.28. | 사업자등록번호 : 114-05-828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경민 | URL,홈페이지 : www.imiryang.com
독자후원계좌 : 농협 352-0459-3216-13 밀양뉴스 김미숙

 

 

Copyright 2003  밀양뉴스(imiryang.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