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한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소나 회사를 방문해 최고경영자와 직원·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마에 박사가 경영컨설턴트로, 또 경영전략 관련 저술가로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한 단면이다.

글로벌화의 흐름을 이처럼 온 몸으로 느끼고 다니는 오마에 박사가 글로벌화에 대한 책을 내놓았다. 그가 이전에 쓴 ‘국경 없는 세계(The Borderless World)’ ‘민족국가의 종말(The End of the Nation State)’과 같은 미래학 또는 미래경영의 계보를 잇는 것이다.

최근까지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知彼知己)’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의 정글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적(敵)의 정의(定義)가 달라지고 있다. 다른 사람, 다른 기업이 아니라 바로 변화의 흐름이 적이다. 오마에 박사는 이 책에서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짚어주면서 각 경제주체와 각 지역(국가)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동시에 해야 할 일과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오마에 박사가 보는 글로벌 경제의 지리적·경제적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지역이다. 공항과 항구를 비롯한 교통은 물론 연구·개발(R&D)센터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그는 ‘지역국가(region state)’라고 부른다. 중국의 다롄(大連)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다롄은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능한 기술자들을 지역 내에서 충원할 수 있는 등 파리·런던·도쿄에 못지 않는 완전무결한 도시다. 중국은 다롄 외에도 심천·광저우·상하이·베이징의 중관촌 등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국가들이 나타나는 곳이라는 게 오마에 박사의 주장이다. 이들 지역국가의 성공이 중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해석이다. 

그럼 오마에 박사는 개인과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글로벌 경제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기회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기회를 먹기 좋게 요리하는 것은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다. 유연한 사고(思考)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정보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추구하는 리더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글로벌 경제 하에서 기업 역시 유연성이 최고의 덕목이다. 위계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조직으로 이른바 ‘혁신 주식회사’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은 국경과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그야말로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노키아의 전체 매출액에서 핀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못 된다.

결론적으로 오마에 박사가 말하고 싶은 글로벌 시대의 현재와 미래는 본문 중에 나오는 다음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경제인)의 본성은 바로 끊임없는 이동(movemen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