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의 줄거리는 이렇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게 된다. 

소와 팔순의 농부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파트너이다. 소와 할아버지가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은 마치 친한친구가 함께 걸어가는 듯했다. 

늙어버린 소를 우시장에 팔러 가자 그것을 알았는지 소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식객'(2007)에서 성찬(김강우)의 소가 자신이 죽을 것을 알자 흘렸던 눈물을 생각나게 한다. 관객들은 '식객'에서 순한 소의 모습을 보고 느꼈던 뭉클함을 '워낭소리'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가 죽음을 맞이할 때 할아버지는 묵묵히 소의 워낭을 풀어준다. 평생 일만하던 소는 죽을 때가 다돼서야 워낭과 작별을 한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는 언제나 순박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평생 일을 하다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사람은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지만 소는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 소는 언제나, 우리에게 전부를 바친다. 

'워낭소리'는 그야말로 대박 영화다. 78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이충렬 감독은 소처럼 우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른 영화들처럼 어떤 특별한 사건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감동이 아닌 그저 영화 자체만으로 큰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상업적인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안길 것이다. 그리고 우직한 소 뿐만이 아닌 우리의 아버지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이므로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와 함께 9남매를 키워오신 부모님. 부모님이란 단어 자체 만으로도 우리는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