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는 루스벨트부터 오바마까지 12명의 대통령과 함께 동고동락한 미국 정치사의 산증인이자, 2차 세계대전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현대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던 목격자였다. 47년 동안 상원의원 9선에 성공하며 미국 민주당의 대부(代父)로 의회를 지킨 정치 거인이자, 흑인·동성애자 등 소수자를 위한 입법에 주력해 2500여개에 이르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역대 최고 미국 의원 10명에 들었다.

아버지 조지프는 금융·부동산·영화산업·주류업 등으로 엄청난 재산을 모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영국 주재 미국대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네 아들을 모두 하버드 대학에 보냈다. 조지프 자신이 하버드 출신이며, 장인 존 F. 피츠제럴드도 하버드 의대를 다녔다. 대기근의 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 온 아일랜드인들 가운데 막대한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집안이 자녀들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며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미국 주류 사회의 최정상급 리더로 만든 것이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인생에서 둘째 형 존의 영광과 비극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다른 형들도 존경했지만 존은 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으로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그는 나의 대부이기도 했다." 존 F. 케네디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가톨릭 신자라는 점과 아일랜드계라는 이유로 잉글랜드계 개신교인이 중심인 미국 주류 사회의 반발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겨우 2년간 대통령직에 있었지만 피그스만(灣) 침공, 쿠바 미사일 위기, 베를린 장벽, 우주 경쟁, 베트남 전쟁 간접 개입, 미국 민권운동 등 많은 일을 치러냈다. 역사가들은 그를 워싱턴·링컨·루스벨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 존 F. 케네디는 에드워드에게 마음속 우상이자 피를 나눈 형제였다. "형이 불가사의한 사람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우리 형제들 중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 확실치 않지만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에 내면세계에 그토록 관심이 많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