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 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을 구한 '원칙과 신뢰'가 덕목인 박근혜 전대표가 그 중심축에 있다. 그를 위한다는 팬클럽이 2002년 부터 태동하여 강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팬클럽중에는 6만3천여명이라는 전국 최대의 조직을 가진 정통성의 '박사모(대한민국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2004.4.3창립.회장 정광용)'가 있다. 이 조직은 정치권의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지난 18대총선 때 친박학살(親朴虐殺)이란 이름하에 자행된 한나라당 '친이계 5적'인 이재오,이방호,박형준,김희정,전여옥 중에서 전여옥만을 남긴 채 금뺏지를 허공에 날리는 전투력을 발휘했다. 그것도 모자라 친이계 정종복을 무너뜨리고 친박계 무소속 정수성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이러한 박사모는 언제인가부터는 이재오,이균현,정두언,정태근,전여옥을 '한나라당 파괴5적'으로 규정하고 벼르고 있기에 당사자들은 불편한 심기에 쌓여있다. 

'5적' 이란 명칭은 을사늑약의 5적에서 유래한 듯하다. 오는 4월 2일 대전 상무체육관에서 창립 7주년 행사를 치루는 일찌기 해외지부까지 갖춘 박사모 그들의 힘은 강했다. 이들의 전투력과 투지력은 뛰어나며 박근혜를 사랑하는 마음은 눈물겹도록 대단하다. 박사모의 조직이 방대하다보니 내부에서의 감투싸움과 잡음으로 인하여 뛰쳐나와 유사명칭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조직으로 분리된 

근혜동산(2009.1창립.회원수 약1만명)과 뉴박사모(2009.4창립.회원수 약2천명)까지 탄생했다. 여기에 더해 근혜사랑(2002.12창립.회원수 약1만2천명)과 호박가족은 물론 또다른 소수 팬클럽도 있다. 이러다보니 혹자들은 어디가 '박사모'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정통성을 가진 박사모에서 분리독립한 일부 박근혜 팬클럽도 다시금 분리독립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박사모는 물론 분리독립한 이들도 그들의 조직에 반하는 듯한 의견이나 글을 게시하면 강퇴시키는 비민주적 행태만은 똑 같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MB정권이 후반기에 접어들자 박근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박인사들을 공천학살한 친이계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던 이들이 친박계 인사들로 둔갑하거나 둔갑시키는 야삭빠른 토호세력들이 있음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18대총선에서 친이계에 학살당한 소위 친박인사들이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으로 국회에 재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는 전국의 박사모 조직이 힘을 더했다. 지난 6.2지방선거 기점에서 친박연대는 '미래희망연대'로 당명을 바꾸고 전국에서 공천희망자 약 1,300여명이 몰리자 이에 놀란 한나라당과 공동대표였던 서청원은 합당하기에 이르렀지만, 남은 출마자들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팽(烹)당하는 찬밥신세가 되었다. 

또 하나의 공동대표였던 이규택은 엄호성,정인봉,석종현과 함께 백기투항보다는 친박연대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명분하에서 친박을 표방하는 '미래연합'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전대표는 4촌오빠인 박준홍이 이끄는 '친박연합'에 대해서는 당명을 사용하는데 반색를 하거나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었지만, 친박정신을 이어받은 이규택 등이 이끄는 미래연합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지않았다. 이에 미래연합도 한나라당에서의 출마자가 친박성향인 곳은 공천하지 않는 정치적 신의를 지켰다.

여기서 팬클럽들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6.2선거에서 전국 최대의 조직인 '박사모'는 미래연합과 무소속 그리고 한나라당내 찬박성향 출마자들에게만 지원사격을 하였으나, 박사모에서 분리독립한 근혜동산과 뉴박사모는 친이계 전략공천자인 경남 도지사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지지선언함과 한나라당 친이계 지역구인 경북 안동시,상주시와 경남 진주시,고성군 등지에서 지지선언 내지 지원유세를 하기에 이르러 박사모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 전대표는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가타부타 친박계 후보자들의 선거를 돕게하거나 지원유세를 부탁한 일은 일체 없었고 자신도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박사모의 친박성향 후보 유세지원과는 달리, 근혜동산과 박사모 비대위라는 이름하에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은 낙하산 공천과 전략공천 지역구 의원이 공천한 지단체장 선거에서도 친박성향의 후보가 있든말든 박근혜 전대표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운 친이계 지역조차 유세지원을 하는 헤프닝을 연출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들의 겉으로의 변(辨)은 이랬다. "박근혜 전대표가 한나라당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 전대표가 친이계에 대한 유세지원을 하라고 하더냐의 반론에는 "그건 아니다." 는 퀘변이었다. 

이러한데 요즘 일부 지역에서는 박사모에서 탈퇴한 팬클럽인 이들에게 연줄을 대고 여태껏 친이계의 하수인이자 앵벌이 노릇한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명분하에 세력규합에 나서고 있는 지방뉴스를 접하니 그 진정성에 실소를 넘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즉 '박근혜'란 이름 뒤에 숨어 친이계 그것도 박사모에서 벼르고있는 친이계 정치꾼들의 지역구에서 이제 친박으로 탈바꿈하여 또 한몫 챙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속성도 모른 채 이러한 이에게 놀아나는 듯한 한나라당 지역 골수 친이계 당원들의 모습에 필자가 정치엔 박학무식(博學無識)한 탓인지 이해가 가지않는 측면이 있다. 언제부터 친박이었는지, 아니 힘들 때 외면하고 칼을 들이대던 이들의 일탈이 쓴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한무제(漢武帝)의 철기병과 말(馬) 발굽에 밟힌 고조선 이후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에 앞장선 소서노 여대왕,신라의 선덕,진덕,진성여왕에 이어 세계적 추세에 따른 여성대통령의 탄생이 반갑지야 않겠는가. 더구나 양성평등의 시대인데 말이다. 그러나 원칙과 신뢰만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양지에서 생활하다가 새해가 밝아오자 박사모의 어떠한 감투도 없는 단지 한때 논객(論客)에 불과했던 필자에게도 부쩍 손을 내미는 머저리들도 있다. 

필자는 어떠한 행사장에서 수없이 마주쳐도 누를 끼치기 싫어 박 전대표를 외면하기에 급급하다. 여태껏 딱 한 번 짧은 순간 인사 나누고 개인적으로 전화 한 통 받은 적밖에 없는 필자가 나서기조차 싫어하는데 무슨 힘이 있으랴. 

이 땅에 원칙과 신뢰가 구축되고 대한민국의 제2의 도약을 바란다면 무슨 충성경쟁이라도 하듯이 나서지 않고도 조용히 도울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떠한 팬클럽의 수장들도 조용했으면 한다. 물론 이들도 다 종착역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는 하나의 길을 감에는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수장들에게 빌붙어 한몫 노리는 듯한 친이계의 앵벌이가 문제를 더한다. 까마귀 노닐던 곳에 놀다가 백로가 노니는 곳에 올 수야 없으랴만은 앵벌이와 편법에 능한 자신의 죄악(?)만은 씻고는 합류하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의 권력에 기생하여 지역에서 야화(夜花)처럼 '밤의 황제(?)'가 되었으면 됐지. 미래의 권력에 또다시 취하려는 그릇된 꼼수는 버려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그 권력과의 야합은 금란지교(金蘭支交)의 관계가 아닌 사리사욕의 관계였던가. 인생은 무궁화처럼 덧없는 영화(槿花一日榮)일진데 추악한 영화를 다시금 붙잡지 않는 삶도 아름답지 않을까. 현재의 권력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집권기간은 2년이나 남았다. 싫든 좋든 MB정권이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적은 게 아니다. 

세종시 문제를 14번이나 번복했었지만 MB에게 공정사회을 이루는 토대마련도 필요하다. 벌써 대선을 방불케하는 경거망동한 행위는 국가적인 낭비로 도움이 안된다. 그렇게 애국애족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이제라도 동참하려거든 개인적으로도 이 사회에 '원칙과 신뢰'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품격부터 갖추는 게 인간의 도리이며 급선무는 아닐까.

정종암 칼럼니스트/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