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국가화재통계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는 2018~2022년간 총 285건으로 한 달에 4건 이상 발생했다. 올해 초 발생한 서천특화시장 화재는 야간에 발생했고 골든타임을 놓쳐 201개 점포가 전소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수십 대와 인력 수백 명을 투입했다. 전통시장의 화재가 늘 그렇듯이 판박이 대응뿐이고 혁신이 없다.

관계 기관은 화재 현장 감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결론이 쉽지 않다. 화재 원인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책임이 따르기에 가시적인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원인 미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전통시장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는 거의 전기화재일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전기화재일 경우, 일정한 신호수준에 도달했을 때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자동 화재감지기로는 화재 예방에 한계가 있다. 전통시장은 대개 외부로 기류가 통하는 공간이라서 초기 화재 발생을 유효하게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재감지기는 발화 초기 단계에 불꽃, 가스, 연기, 열 등의 신호를 감지하여 화재 경보를 알려 소방차를 출동케 하는 소방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화재감지기로는 전기화재를 충분히 예방할 수 없다.

그러면 진짜 전기화재 예방정책은 무엇일까? 전기화재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기화재는 단락, 누전, 과전류, 접속 과열 등의 요인으로 발생 된다. 이런 요인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일반화재가 전기화재로 전이되기도 한다. 또 전기가 제공되는 한 1차, 2차 이상 계속 아크(전기불꽃)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아크에 의한 화재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결국, 전기화재의 예방정책은 다양한 요인으로 전선에서 발생하는 아크를 감지하여 ‘발화 직전’에 경보를 울리거나 전원을 차단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앞으로 전통시장 전기화재에 관한 대응정책의 우선순위를 재고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화재 이후 소방, 복구, 지원 위주의 대응정책에서 화재 예방정책으로 바꿔줘야 한다. 사후 약방문식의 대응은 서민의 고통과 국가의 재정 부담만 늘어날 뿐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에 정부 보조금을 통해서 전통시장의 화재 안전시설로써 ‘아크 차단기’를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좋겠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사업 중 노후 전선 정비사업 개선항목에 ‘아크 차단기’를 추가하여, 공모 중인 ‘화재 알림 시설 설치사업’과 함께 ‘아크 차단기 교체설치’사업을 병행하면 전기화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20조(상업기반시설 현대화사업의 지원), 제20조의2(안전시설물 등에 대한 점검), 제24조의2(전통시장 화재공제 운영 지원) 등에 따른 조례를 만들어 전기화재를 예방하는 정책을 펴면 좋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 고시를 통하여 전통시장 안전시설로서 ‘아크 차단기’를 취급하도록 권고하면 더욱 촘촘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더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