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에 대해 평소에도 그렇듯 지역정가에선 어떤 소신 있는 발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영남지역은 한나라당이 아니면 당선될 수가 없고, 이런 소선거구제의 제도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4인 선거구제가 채택되었지만, 서울에 이어 경남지방에서도 거대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감히 민의를 무시하고 자의로 2인선거구제로 쪼개고 오늘 그것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4인 선거구제가 되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외에도 민노당이나 민주당, 무소속 등 다양한 민의가 지역정치에도 반영될 수 있지만, 2인 선거구제가 되면 거대 양당이 독식할 것은 뻔한 이치이고 그것을 야합하여 강행하려는 그들의 저의가 밉살스럽기만 하다. 

이것이 소위 게리맨더링이라 하여 해선 안 될 파렴치한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지역정가의 그 어떤 정치인도 침묵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싹수가 노랗다는 반증이기도 하여 서글퍼 질 뿐이다. 비록 지역정치이긴 하나 적어도 정치에 투신하였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앞장 선 사람이라면 이런 짓이 부끄러운 것인 줄 알아야 하고 알고 있으면 바로잡는데 힘써야 한다.

부패한 사학개혁을 위한 사학법, 불로소득과 부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부동산법, 금융산업개혁을 위한 금산법 등 이 땅의 부패하고 부조리한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고 늘어지는 한나라당의 잘못을 질타하기는커녕, 한나라당의 공천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논리 속에 침묵하고 맹종하는 지역정가의 정치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쩌면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 중 게리맨더링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나쁜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