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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신은 ‘돈’… 붓다·예수는 2인자”"

4회 ‘3대 종교 전문가 포럼’… 그리스도교와 가난

▲ 종교가 신자유주의 논리 빠져 가톨릭·개신교 재산 90% 감축
 십일조와 조찬기도회 없애야 -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 대형 교회 목사 연봉 5억~6억 엘리트 교인들 영성마저 선점
 가난한 사람 편들기 어렵게 돼 -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

▲ ‘등가적 교환’ 경제 인식 바꿔 ‘선물’ 나누는 공동체 되도록
 종교가 산타클로스 역할해야 -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요즘 한국의 각 종교에는 ‘숨은 신’이 있으니, 바로 돈입니다. 불교에서 붓다,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예수는 2인자입니다. 돈이 모든 종교의 1인자인 실정이죠.”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최근 열린 제4회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 너머, 지금 여기’의 주제는 종교와 가난이다. 이 시대 종교가 가난한 자를 어떻게 대하고, 종교에서 가난이 왜 중요한지를 치열하게 토론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가톨릭)이 ‘그리스도교와 가난’이라는 주제로 발제했고,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불교)와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실장(개신교)이 토론에 참여했다. 사회는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이 맡았다.

먼저 한국 종교는 가난한 자를 어떻게 보는가. “예수의 상대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독일 성서학자 예레미아스는 예수의 복음은 오직 가난한 사람에게만 전해졌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20세기 그리스도교 신학의 공헌은 가난, 가난한 사람을 그리스도교의 핵심 주제로 복권시킨 데 있습니다.” 김근수 소장은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한 사회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신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 ‘정치적 권리가 없는 사람’ 등으로 정의했다. 교회로 보면 평신도는 가난한 사람에 속하고, 권력화된 장로 계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한국 종교는 스스로가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교회는 예수를 따르는 임무보다 부자나 정치권력과의 갈등을 피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부자와 권력자에게 의지해 교회 조직의 안정을 꾀했다”며 “가난으로 죽은 신자들은 많았지만 굶어 죽은 성직자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진호 실장은 “한 대형 교회의 재정담당 목사가 폭로한 적이 있었는데 목사 연봉이 5억~6억원 정도 됐다. 그러나 교회 예산에 편성된 것은 8000만원”이라며 “실수입 외 ‘촌지 수입’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를 위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방한 당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 연합뉴스

종교가 물질적 부에 집착하다 보니 가난한 사람의 관점에서 여러 상황을 볼 수 없게 된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개신교는 빠른 속도로 중산층화되었다. 교회의 헤게모니가 목사에서 장로로 옮겨가고, 장로라는 엘리트 교인들이 교회를 실제 운영하면서 교회의 영성마저 선점하는 상황이다. 교회가 점점 가난한 사람들을 편들기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다.”(김진호 실장) 물론 종교마다 상황은 다르다. 가톨릭은 바티칸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이어서 비교적 재정이 안정된 반면, 개신교와 불교는 종교 주체들 간 양극화가 심한 것도 사실이다. 김 실장은 “일부 대형 부자 교회와 달리 개신교 교회 전체 평균 빈곤율은 시민사회 빈곤율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장주의, 물질적 요인에 관심을 갖다 보니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에 대항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신자유주의 논리를 채택, 교회 경영원리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소장은 “종교들이 신자유주의 논리에 빠져 있다”며 “주교들이 사장이고 본당 사제는 프랜차이즈 지점장이 되어버린 꼴”이라고 개탄했다.

그렇다면 종교는 어떻게 가난해져야 할까. 김 소장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현재 재산을 “자진해서 90%를 줄이자”고 제안한다. “헌금 종류와 액수는 물론 신부·목사의 생활비를 크게 줄이고, 건물 신축이나 성지 개발을 자제하며, 십일조와 조찬기도회를 없애야 합니다.” 김 소장은 “가톨릭의 경우 권력과 부가 교구별로 차이가 나고 소수의 주교들이 돈 배분을 결정한다”며 “돈과 권력의 배분 문제를 유럽의 일부 교회와 남미 교회처럼 평신도 손에 넘기는 게 해법인 것 같은데 일부 장로들이 전횡하는 개신교처럼 될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조계종에서는 사찰 재정 공개를 발표했는데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본다”며 “법과 제도가 의식에 앞서서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종교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교수는 “부유하고 가난하다는 패러다임도 시장경제 패러다임에서 보는 것인데, 경제를 등가적 교환행위로만 보지 말고 ‘선물의 공동체’로 보자”고 말했다. “인디언 부족에게서는 족장이 부가 많다. 모든 것이 족장을 거치기 때문인데 실제 가진 것은 없다. 뭘 받으면 즉시 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주는 선물의 순환이라고 보자. 종교가 끊임없이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의 역할을 한다면 부유하다, 가난하다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제5회 종교포럼에서는 조성택 교수가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불교’라는 주제로 발제, 토론이 진행된다.

경향신문기사,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등록일 : 2015-05-29 [07:07]  [뒤로] [인쇄] [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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