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한국이 입는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기상청이 가상 실험을 해본 결과 한국에서는 대기 중 미세먼지의 양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북한은 용암이나 암석 등에 의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는 10세기 백두산 대분화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를 5일 공개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백두산이 1000년 전 규모로 재분화할 경우 용암류가 최대 15㎞ 반경까지 흘러나오고, 화산재와 연기·암석이 뒤섞인 화성쇄설류는 60㎞, 화성쇄설류가 물과 섞여 흐르는 이류는 180㎞까지 영향을 미친다. 직접 피해는 대부분 북한과 중국이 입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등 간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산재가 9㎞ 이상의 상공으로 확산하면 항공기를 운항할 수 없게 된다. 화산폭발지수(VEI)가 2 이하일 경우 한국은 시간당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황사주의보 또는 경보 발령 수준인 400~8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야외에서 숨쉬기 불편한 수준이다.
한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지난해 3월1~2일 흑산도로 시간당 2812㎍/㎥를 기록했다. 이는 야외에서 앞을 보기 힘든 정도다.
기상청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0세기 백두산 화산폭발 규모는 VEI 7로 가상 실험 조건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반도 주변으로 북풍 또는 북동풍이 불 경우 대기 중으로 미세먼지가 더 많이 날아올 것으로 보인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 호흡기 질병이 늘어날 수 있다. 어린이나 노인 등 호흡기가 약한 계층은 질병이 악화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백두산은 그동안 화산활동이 멈춘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화산분출 징후가 나타나면서 과학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도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 전역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올해 1월에는 일본 규슈 남쪽 내륙의 신모에다케에서 화산이 폭발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