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공단 분위기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공단으로 가지 못한 남측 관계자들은 사업이 파행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 “생산품 가져와야 하는데” 발 묶인 관계자 파행 걱정
북 공장 안 분위기도 침체 “근로자끼리 대화도 조심”

개성공단에 체류했던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11시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돌아왔다. 당초 446명이 귀환할 예정이었지만, 입주기업들이 조업을 이유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33명만 돌아왔다. 개성공단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835명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평소와 달리 이날 생산물품을 트럭으로 실어오지 못하는 바람에 생산물품을 가득 실은 승용차도 눈에 띄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약 20대의 트럭은 출입사무소의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

이날 오후 개성공단에서 돌아온 임모씨(48·여)는 개성공단 주변 경비가 평소와는 다르게 삼엄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검문소를 지키는 군인의 수가 훨씬 많아졌고, 군인들은 각자 지푸라기로, (검문소는) 천막으로 위장하고 있었다”며 “이는 평소 위장을 하지 않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평소 배지를 여러 개 단 제복을 입은 군인이 없었는데 오늘은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며 “군인들도 평소 턱끈을 매지 않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턱끈을 조이고 군기가 든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임씨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돌아온 30대 남성은 승합차 앞좌석까지 공장에서 완성한 물품을 가득 실었다. 그는 “평소였으면 트럭으로 운반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여의치 않아 실을 수 있을 만큼 승합차에 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세관원이 내게 ‘왜 개성공단이 봉쇄됐는지 아느냐’고 묻더니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단에 봉제기기를 납품하는 김모씨(53) 역시 “평소에는 검문소를 지키는 군인이 10명 미만이었는데 오늘은 15명으로 늘었고, 모두 위장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보이지 않던 고위 군 간부가 있었고, 세관 내에서 소지품 검사시간도 평소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공단 조업이 중단될까봐 걱정한 그는 “남북한이 하루빨리 협상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승강기 보수업체에서 일하는 이모씨(40)는 “공장 내부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공장 밖은 달랐다”며 “평소 같으면 세관 직원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오늘은 농담을 건넬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세관원들이 ‘미국과 남한이 함께 훈련하며 최신형 폭격기 등이 나타나니까 북측이 자주권 보호를 위해 한 조치’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내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노모씨(44·여)는 공장 내 분위기도 침체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할 때 (북한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북한 사람들도) 우리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면서 “내일도 공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도 초조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입사무소 2층 대기소에서는 개성공단 직원들이 혹시나 출경할 수 있을지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40대 남성은 여러 차례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봤다. 그는 “오늘 오전에 의류 샘플을 받아서 거래처에 가져다주기로 했는데, 아직도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