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인근 사격장에서 대공포로 공개 총살형을 집행하는 듯한 장면을 위성으로 포착했다고 29일(현지 시각) 주장했다.그렉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과 상업 위성 사진 분석 업체 올소스어낼러시스(ASA)의 조지프 버뮤데즈 2세 박사는 지난해 10월 7일 평양에서 북쪽으로 22km 지점에 있는 강건군사훈련장에서 이례적인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히고, HRNK 홈페이지에 관련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강건군사훈련장은 평소 강건종합군관학교와 평양방위사령부가 사용하는 12㎢ 규모의 훈련장으로, 길이 100m, 폭 60m 크기의 사격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격장은 AK-47 소총 등 소화기 사격(Small Arms Firing) 훈련에 쓰이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7일에는 평소와 달리 사선에 ‘ZPU-4’ 대공포 6대가 배치돼 있었다. ‘ZPU-4’ 1대는 14.5mm 기관포 4개로 이루어져 있다. 기관포 24개가 표적들(Targets)을 겨누고 있었던 셈이다.
그 뒤에는 ZPU-4를 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병력 또는 장치가 보이고, 바로 뒤에 관측소(Viewing Area)가 보인다. 관측소 뒤쪽 길에는 대형 트레일러 1대와 버스 1대를 비롯한 차량 5대가 서 있다. ZPU-4가 겨누고 있는 표적들은 ZPU-4로부터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ZPU-4의 사정거리는 8000m에 달한다. 따라서 30m 거리에 표적을 놓고 ZPU-4를 사격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짓이며, 소화기 사격장에서 ZPU-4 사격 훈련을 하는 것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HRNK는 분석했다. 또 ZPU-4 사격 대열 뒤에 있던 차량 5대는 당시 현장에 고위 장교나 VIP가 와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HRNK는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HRNK는 이 위성 사진이 북한 당국이 사형수들을 공개 처형하기 직전 모습을 포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4.5mm 기관포는 단 1개만으로도 사람의 몸을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하다며, 이날 처형된 사람들의 시신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며칠 뒤인 10월 16일에 같은 장소를 촬영한 위성 사진에는 대공포를 비롯한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아, ZPU-4가 특별한 활동을 위해 일시적으로 배치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HRNK는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1일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0월 6일과 11일 노동당 간부 12명이 강건종합군관학교 훈련장에서 총살됐으며, 당시 중앙당과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사형수들은 “김정은과 당의 지시와 방침을 관철하는 사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사형수들은 2013년 12월 숙청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결탁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