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체결해 놓은 통화스와프까지 합하면 나라 밖에서 동원할 수 있는 외화는 535억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9월 말 현재 2397억달러)까지 합하면 '외환 비상금'은 약 3000억달러에 근접해진다. 

또 정부가 추진중인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가 성사되고, 지금은 계획에는 없지만 나중에 IMF(국제통화기금)와의 통화스와프까지 하게 될 경우 최대 4000억달러까지 '외환 비상금'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자금 가운데는 절차 등의 문제로 원하는 시기에 신속하게 끌어 쓰기 힘든 돈도 적지 않다. 

①통화스와프로 '외환 비상금' 늘려

정부는 지난 2001~2002년 ▲일본(130억달러) ▲중국(40억달러)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65억달러) 등의 국가와 총 235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구축해놓았다. 1997년 외환위기 같은 달러 부족으로 인한 국가 부도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단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현재 정부가 외부에서 끌어올 수 있는 외화 유동성은 535억달러로 늘어났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미국과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②중국·일본과 통화스와프 확대

정부는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는 통화스와프 확대에 대한 합의를 얻어냈고, 일본과도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한·미 통화스와프 라인이 구축됐기 때문에 한·중과 한·일 양자간 통화스와프 라인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거나 신청이 임박한 경우' 등 비상시에만 가동되고 IMF 구제금융 자금을 함께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아니면 사실상 사용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한·중·일 3국 및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8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공동펀드를 설립, 비상시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③IMF 220억달러 스와프도 열려

IMF의 새 지원 프로그램인 '단기 유동성 지원 창구(SLF·Short-Term Liquidity Facility)' 프로그램을 통해 달러 자금을 확보하는 길도 열려 있다. 하지만 강만수 장관은 "현재로서는 국민들의 IMF에 대한 정서 때문에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11년 전 우리나라의 IMF 구제금융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지만 국민들이 불필요하게 1997년 'IMF 구제금융'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IMF가 공개한 SLF 프로그램은 거시경제정책이나 국가 채무가 양호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IMF 분담금의 500% 범위 내에서 3개월 내 상환을 조건으로 1년 동안 최대 세 번까지 자국 통화를 맡기면 달러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분담금이 44억달러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최대 220억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