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유시장 김위생(64·번영회장)씨는 요즘 상인들이 망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점포를 잡아 대출로 빚을 갚다가 장사가 안 되니까 계속 빚이 쌓이지. 근처 사람들에게 빌릴 수 있는 데까지 빌리다가 ‘저 집에 돈 빌려주면 떼인다’는 소문이 날 때쯤 야반도주….” 불황으로 인해 이 시장에는 점포 10곳 정도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찬석(56) 자유시장 신발연합회 회장은 “IMF때는 빚내서 버텼지. 그 빚이 다 쌓여서 지금은 빚을 갚아야 하고, 이자를 갚아야 하고, 안 되는 장사를 해야 하고, 3중고”라고 말했다. 

광주 운암시장의 경우 4~5년 전 100개이던 점포가 20여개로 줄었다. 운암시장을 총괄·관리하는 민광식(65) 사장은 “하루 점포 5곳만 문을 열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 도마시장 신현덕(50·아동-여성복)씨는 “젊은이는 다 빠져나가고 노인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48·이불가게) 대전 유천시장 번영회장은 “10% 정도만 현상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2년 전 5000여 점포를 자랑하던 대구 서문시장. 그동안 1000여곳이 문을 닫았다. 상가연합회 김상철(50) 상무는 “뻐끔뻐끔 비어 있는 점포들 때문에 분위기가 썰렁하고 손님도 안 와 운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광주 양동시장 광주상회 고순자(64·홍어집)씨는 “식당 사람 다 죽어부렀어”라고 말했다. 가게를 접은 상인들이 주로 전업하던 일이 식당이었지만 식당도 안 된다는 얘기다. “홍어 팔아서 5남매 키웠는디. 자식들이 IMF 때 회사를 나와부러 우리 집에 다 들어왔당께. 큰일이여!” 

부산 자유시장 문정언(38·남성복 매장)씨는 “요새는 (아침) 7시가 돼도 문을 안 여는 상점이 있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서로 눈을 부릅뜨고 아침 5시 반에도 문을 열었어. 장사가 잘 돼서 일하는 게 재미있었으니까.” 지금은 아침 일찍 가게 불을 켜봐야 전기료만 나온다는 얘기다. 

대전 중앙시장 송행선(58·그릇상가)씨는 “대전 마트, 백화점도 난리란다. 대전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서울 백화점으로 물건 사러 간대, 고속철 타고. 서울특별시 ‘대전구’라지?”라고 말했다. 광주 대인시장은 시와 구청의 지원을 받아 최근 ‘리모델링’을 했다. 시장 경비 이상만(62)씨는 “깨끗해지면 뭐혀. 사람도 없고 다 죽어가는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