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달 초, ㄱ씨는 국민은행 계좌에서 돈을 이체하려다 약 6개월치에 해당하는 우윳값 20여만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난 5월 국민은행 계좌가 우윳값 자동이체 계좌로 다시 등록된 것이다. ㄱ씨는 업체와 결제대행사 이지스효성이 돈을 빼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제대행사는 실수를 인정하며 잘못 빼간 금액만큼의 돈을 변상해주겠다고 했지만, ㄱ씨는 “돈을 빼간 사실 자체보다 어떻게 내 동의도 없이 이체 계좌가 변경되고, 또 돈을 빼갈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결제대행사는 ㄱ씨가 맨 처음 계좌 등록 시 정보제공 동의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절차 위반이다. ㄱ씨가 정보를 제공한 건 지난해 8월이지 올해 5월이 아니며 예금주 동의 없이 이체 계좌를 변경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우윳값이나 신문대금 등을 자동이체할 때 자주 쓰는 ‘펌뱅킹’ 피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각 은행에 펌뱅킹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하고 펌뱅킹 관리감독이 미진한 은행들의 실태조사에 나섰다. ‘펌뱅킹’이란 업체가 매달 고객에게 받아야 하는 요금을 고객의 동의를 얻어 개별 은행과 약정을 맺고 이체받는 ‘추심이체’ 수단이다. 보안보다는 일상생활의 편의를 강조한 서비스여서 고객 동의서와 간단한 개인정보만 있으면 쉽게 이체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주로 계약 해지 후에도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해지 방법을 알기 어렵다는 민원이 많다. 피해금액이 대부분 소액이어서 피해를 당하고도 모르는 경우까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펌뱅킹 피해를 예방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매달 금액이 잘못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다.

ㄱ씨처럼 펌뱅킹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할 곳은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다. 업체가 도산 등의 이유로 사라졌는데 요금만 계속 나가는 경우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이체 계좌로 등록한 은행에서 ‘추심이체 해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업체·결제대행사와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결제대행사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는 금융사 측에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은행에서도 펌뱅킹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면 결제대행사와의 중재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종 입금처가 어딘지 찾기 어려워 안내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