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해 긴급 현장 검사결과, 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50)씨가 2009년부터 작년까지 13년 동안 77차례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장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PF 사업장에서 허위 대출을 취급(1023억원)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1965억원)하는 등의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기간 PF 시행사들이 대출을 요청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로 서류를 꾸며 대출을 실행했으며 대출금을 자신의 가족과 지인의 계좌 등에 이체했다. 시행사들이 정상적으로 낸 대출 원리금도 빼돌렸다. 자신의 횡령 사실을 숨기려고 다른 시행사의 대출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이 이번 횡령 사고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남은행은 이씨가 15년간 같은 부서이동이 없었고 이 기간 단 한번도 ‘명령 휴가’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명령 휴가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는 제도다.

또한 은행은 이씨에게 자신이 취급한 PF 대출에 대해 사후 관리 업무까지 장기간 수행하게 한데다 횡령 정황을 인지한 뒤에도 이미 지난 4월 횡령 정황을 알았으나 자체 조사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에는 6월쯤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