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이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도 이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나, 이날 야 3당의 표결 불참에 따라 여당 의석(142석)만으로는 재적 과반수(150명)를 채우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전 후보자 임명 동의 절차를 밀어붙일 경우, 일부 시민단체들은 ‘권한 정지 가처분 신청’ 등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윤영철(尹永哲) 헌재소장이 14일 퇴임하고, 같은 날 본회의에서 전 후보자 인준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헌재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새 헌재소장 임명이 일단 좌절됨에 따라 임기 1년 반 가량 남은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노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서 굳이 사퇴시켜가면서, 헌재소장의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한 데서 비롯됐다. 헌법은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는데, 전 후보자가 재판관에서 사퇴함에 따라 자격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임채정 국회의장도 8일 본회의에서 “법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조속히 보완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전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의 통보를 받고 헌법재판관에서 사퇴한 것으로 밝혀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이날 인준안 처리 무산 후, 열린우리당은 “전형적인 국정 발목잡기”라고 한 반면, 야당은 “위법 상황을 자초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책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