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50일도 안 남긴 시점에서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입장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의 동향이다. 만일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반(反) 이명박 전선을 형성하면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려면 두 사람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입장 차이와 두 사람 사이의 과거사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공통점은 어제의 주류(主流)에서 오늘의 珠囹?非主流)가 됐다는 점이다. 보통 비주류끼리는 비주류끼리의 ‘설움’이 있고 그래서 연대하기가 쉽지 않겠느냐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최근 이 전 총재와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선에) 나오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지원 또는 연대를 묻는)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원론적인 차원의 얘기로 들리지만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이 전 총재는 올해 대선이 자신의 정치 캘린더의 마지막 페이지이지만, 박 전 대표는 5년 후 대선에서의 자신의 입지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다.
또 이 전 총재의 뒤를 이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주류가 되기까지 두 사람이 10년간 쌓은 애증(愛憎)관계의 골은 깊다. 1997년 12월 입당부터 2002년 2월 탈당까지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에 도전했고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표를 견제했다. 이 전 총재가 탈당설이 도는 박 전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에는 박 전 대표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탈당했던 박 전 대표는 2002년 11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나라당에 돌아와 이 전 총재를 도왔다.
2004년 3월엔 정계를 은퇴한 이 전 총재가 대표 경선에 나선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 발언들을 측근 인사들에게 했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올해 경선에선 “이렇게 지독한 경선은 처음 본다” “검증 청문회는 열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세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에 대해 섭섭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로서는 당의 공식 후보인 이 후보를 지원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와 연대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론’의 방향이 그렇다 하더라도 ‘각론’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갈린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박 전 대표가 비판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위로 비판하느냐, 이 후보를 돕더라도 어느 정도 성심껏 돕느냐에 따라 정치적인 효과의 편차는 크다.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가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다른 길을 가느냐에 따라서도 대선판도가 꿈틀거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