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 추가생산 억제 성과

영변 흑연감속로와 재처리시설 가동중단은 핵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원천봉쇄된 것을 의미한다. 1994년 동결됐다 2002년말 재가동해온 원자로를 더 이상 가동 못하게 함으로써 상황악화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북한이 그동안 수차례 공언한 약속을 이행함에 따라 북한도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미 행정부에 각인시켜 준 의미도 상당하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핵무기 6∼7개를 만들 수 있는 50㎏으로 추정된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IAEA 감시검증단의 활동에 따라 앞으로 2주 정도면 핵시설 폐쇄, 봉인 조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EP 논의 등 난제 산적

하지만 앞으로 핵시설 불능화와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도록 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현 북핵위기 발단이 된 고농축우라늄(HEU) 또는 UEP 진상 규명문제와 불능화 수위, 경수로 제공시기를 둘러싼 북·미간 불씨는 곳곳에 남아있다. 6자가 연내 불능화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이룬다면 내년말까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사안마다 마찰을 빚을 경우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 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핵 프로그램 신고의 핵심은 기존에 생산된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과 사용내역을 밝히고, HEU(또는 UEP) 의혹도 전면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HEU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대규모 공장에서 연료봉 재처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플루토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HEU는 소규모 장비로 생산이 가능해 외부 감시가 쉽지 않고 여러곳에 분산해 가동할 수 있다.

이는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차관보가 강석주 외무성 부상을 만났을 때부터 북·미간 첨예한 쟁점이 돼 왔다. 미국은 현재 북한이 HEU 프로그램 핵심장비인 원심분리기를 파키스탄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북한은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3월 뉴욕방문에서 “HEU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성실한 신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 HEU와 저농축우라늄(LEU)을 포괄하는 개념인 UEP 중심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핵무기와 경수로 문제에 대한 갈등 가능성도 높다.

불능화 이행에 총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