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남대문 단암빌딩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7대 대통령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국민대통합과 남북평화 정착의 중차대한 책무를 수행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며 "지금 나온 후보들 중에서 순수성과 정직, 그리고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이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앞으로 이 후보 캠프에서 상임고문과 부산·울산·경남 선대위원장을 맡아 영남지역 지원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지난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 때문에 물러난 게 아니라 도청에 대해 부인하고 거짓말을 해서 탄핵을 받았다"고 비판한 뒤 "이회창 후보는 도덕성 측면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표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 색채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이듬해 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들어온 뒤 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냈다. 여권에 있는 동안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불리며 친노 대선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친노' 인사로 꼽혔던 데 대해 "참여정부에서 조금도 덕을 본 일이 없다"며 "그런 점에서 서운한 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대북관과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후보도 상호주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간다고 했다"면서 "서민경제를 살리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적정 수준으로 소득을 올리는 데 남북협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해체 직전까지만 해도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으로 북한을 방문해 남북경협을 강조하며 햇볕정책을 지지했던 김 전 의원이 강경 대북노선의 이회창 후보와 손 잡으면선 '상호주의'를 앞세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거셌다.

한나라당 정광윤 부대변인은 김 전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언급한 뒤 "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던 김 전 의원이 갈 곳은 이회창 후보 진영밖에 없었을 것이다. 배신자들의 합숙소이기 때문"이라고 이 후보와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똑같이 한나라당을 배신한 두 사람이 어떤 합작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며 "대선 참패 후 '국민배신당'을 통해 재기를 꾀하겠지만, 두 사람을 정치권으로 이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처럼 '배신자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배곤 선대위 부대변인은 "정치 메뚜기들의 향연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며 "기름유출로 인한 생태계 오염에 정치 메뚜기들에 의한 정치 생태계오염까지 정치 허무주의를 더욱 조장하지 않을까 정말 걱정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햇볕정책의 극한점에 있는 이회창 후보로의 건너뛰기도 그렇고 참여정부 하에서 국회의원과 최고위원까지 역임하고도 아무런 덕을 본 것이 없다는 변명이 유치하다"며 김 전 의원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