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사진)가 불륜·기밀유출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교관으로서의 경험과 능력보다는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측근을 정치적으로 배려한 인사를 한 것이 외교난맥을 가져온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이번 사태에 대해 정보기관의 음해설을 제기하고 있는 김 전 총영사는 전형적인 ‘MB맨’이다. 1990년대 대학가에서 영어 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김 전 총영사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한나라당 정치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2007년에는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선대위 조직본부장과 국제위원장을 거쳤다.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서울필승결의대회 준비위원장도 맡았다.
김 전 총영사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공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그해 4월 특임공관장으로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됐다. 당시에도 그의 총영사 임명에 대해서는 보은인사란 논란이 제기됐다. 중국과의 경제외교에서 핵심 자리인 상하이 총영사에 외교관 경력이 전무하고 경제 관련 경험도 없는 대선캠프 인사를 보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어떻게 한나라당 서울지역 조직책임자를 외교 일선 공관장으로 보낼 수 있느냐”면서 “직업 공무원으로서 직업의식도 없고, 외교관 자질도 없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도 “중국 대사, 홍콩 대사, 광저우 총영사 등 현재 중국의 중요한 공관에 정식 외교관 공관장이 한 명도 없다”면서 “이러니 문제가 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따졌다. 주중대사에 지리학자 출신으로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씨를 임명한 것 등을 상기시킨 셈이다.
측근들의 공관장 배치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BBK’ 대응팀장을 지낸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용산참사로 낙마한 서울경찰청장 출신인 김석기 오사카 총영사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청와대는 이번 파문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이 이 대통령에게는 보고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총리실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