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포트 사령관은 지난 1일(미국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사전준비된 기조 연설문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어 원문은 "The intelligence community assesses North Korea already has one or two nuclear weapons"라고 돼 있습니다. 

미 정부도 우리 정부처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보유 가능성 추정'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지난 2002년9월16일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습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가 파문이 일자 며칠 뒤 “북한이 ‘거의 확실히(almost certainly)’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한발 물러선 표현을 쓴 적이 있으나,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핵무기 1~2개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미 정보기관의 평가를 공식 확인하기는 처음입니다. 

럼즈펠드 장관도 북한의 구체적인 핵무기 수량은 밝히지 않았었기 때문에 러포트 사령관의 발언은 더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포트사령관의 발언은 국내외에 민감한 파장을 낳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 추정’ 등 신중한 표현을 써왔습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지난 2월 한국 네티즌들과 첫 공개 대화에서 “북한이 화학, 핵, 생물무기 등 비대칭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가 ‘미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의 발언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얼버무리는 식으로 해명했었지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종전의 주한미군 입장은 우리 정부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방부와 국정원 등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10~12kg의 플루토늄을 이미 추출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보유하고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은 아직까지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이 발간한 '대량살상무기 문답백과'는 "북한은 조잡한 핵폭발 장치의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으나 그 기술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로 추정되며 제조했더라도 신뢰성은 낮아 무기화에는 최소 수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종전 입장이 이런 한국 입장을 감안한 것이었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주둔국의 정부의 입장과 체면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요.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러포트 사령관이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꿔 미 정보기관의 비밀평가 내용을 공개했는지 그 배경은 명확치 않습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러포트 사령관의 언급에 대해 "기조연설문에 그런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령관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또 기조 연설문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고 선언한 것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추가적인'이라는 표현도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미 정보기관들이) 북한이 수개의 '추가적인' 핵(무기) 장치를 만들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