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11일 "유명 연예인 H씨 등 90명이 수입차 매매사인 F사 사장 김모(30)씨를 상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명의를 빌려주면 대출을 받아 외제 중고차를 여러 대 사들인 뒤 그 중 1대를 공짜로 주겠다"고 평소 알고 지내던 윤모(33)씨 등에게 제안했다. 이에 윤씨 등은 자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김씨에게 맡겼다고 한다.

김씨는 이를 갖고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 명의로 1인당 외제차 1~5대씩을 구입한 뒤, 차를 담보로 제2금융권인 캐피털사에서 4000만~2억 원씩 대출을 받았다고 윤씨 등은 주장했다.

박모(여·31)씨의 경우, 김씨가 지난 7월부터 자신의 명의로 된 5대의 차량을 담보로 모두 2억900만원을 캐피털사에서 대출 받는 바람에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장을 제출한 90명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총 85억 원이며, 이들은 유명 탤런트 H(32)씨를 비롯해 대부분 20~30대 초반의 젊은 층이다. 경찰은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피해자도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대출금은 자신이 운영하는 외제차 렌트업체의 수입으로 갚아주겠다며 고소인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소인들도 자신 명의로 대출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업 실패로 잠적해 연락이 끊기자 캐피털 회사들이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에게 빚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며 "캐피털 회사들은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출 때 명의 등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