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이다. 박연차는 동물 중에서 문어(文魚)를 닮은 관상이다. 전라도에서는 손님을 접대할 때 홍어가 나오지만, 경상도에서는 귀빈대접이나 제사 음식에 문어가 나온다. 필자가 안동 일대의 명문가를 방문하였을 때에 보니까 아침 밥상에 삶은 문어가 초장과 함께 올라왔다. 경상도를 특징짓는 어물(魚物) 가운데 하나가 문어인 것이다.

PK를 비롯, 경상도 일대의 정치인과 고위급 인물 수십명이 무차별적으로 이 문어의 돈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문어발에 걸린 것이다. 박연차는 우선 문어 대가리같이 두상이 크고 둥그렇다. 2차 대전 때 독일인들은 영국의 처칠을 문어에 비유한 포스터를 그렸다고 하는데, 처칠이나 박연차나 두상 사이즈와 형태가 비슷하다. 노는 물이 달랐을 뿐이다. 박연차의 눈도 작은 눈이 아니다. 눈이 커서 문어 이미지에도 부합된다. 하관도 넓고 양미간의 사이도 넓다. 이렇게 되면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고 배포와 뚝심이 있다는 증거이다.

문어의 최대 주특기는 바로 8개나 되는 발에 있다. 이 문어발이 팔방으로 뻗어나갔다. 전 정권과 현 정권, 국회의원, 검찰, 청와대 전 간부, 고위관료를 가리지 않고 망라되어 있다. 일단 먼저 돈을 살포해서 상대를 부드럽게 사로잡은 다음에는 강력한 흡반을 밀착시켰다. 흡반의 기능은 빨아대는 능력이다. 빨기가 좀 뭐하다 싶으면 통째로 삼킨다.

문어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포식자에게 자기 다리를 잘라서 주어 버린다. 잡혀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은 동물이 문어라고 한다.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수사에서도 자기가 상대에게 준 돈의 액수와 장소, 상황 등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문어는 다급하면 먹물을 뿜어대는 습성이 있다. 이 먹물에 한번 옷을 더럽히면 여간해서 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