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위치에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유ㆍ무형의 이득을 취하는 공직사회의 스폰서 문화. 그동안 검찰과 고위 공직자들은 지인이나 친구들로부터 부담없이 받아온 접대인사가 많았다. 최근 문제가 된 공직자들의 스폰서 행태를 보면 유형도 다양하고, 핑계도 제각각이지만 결국은 추악한 게이트로 결론났다. 

◆ '사고에 대비하자' 보험형 

='후원자'를 뜻하는 스폰서는 불법로비와 순수지원의 경계에서 수십 년간 공직사회에 기생해왔다. 

"부유하고 친한 친구에게 술 한 잔 얻어먹은 게 죄냐"고 항변하는 공무원에게 손가락질부터 하긴 힘들다. '관계'의 목적을 따져묻는 것만큼이나 스폰서인지를 판단하는 잣대를 세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폰서 중 불법로비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보험형'이다.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국가적인 비극을 불러온 박연차 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 전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과 법원 고위인사, 행정부, 정치권 인사들에게 봉투를 챙겨주며 인연 맺기에 열을 올렸다. 

'연차수당'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보험형 스폰서는 직접 이해관계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자는 축이 많다.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십자포화에 무릎을 꿇은 천 내정자 역시 지인 박씨와 보험형 스폰서 관계를 추궁받았다. 

◆ '애정으로 묶인 사이' 스캔들형 

=공직자인 '갑'을 유혹하는 수단은 금전뿐이 아니다. 때로 공직자들은 권력과 이권이라는 자신들의 힘을 애정으로 접근하는 여성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른바 스캔들형 스폰서십 관계다. 이 경우 사실상 스폰서는 공직자가 된다. 

2007년 불거진 변양균ㆍ신정아 사건은 이성 간 감정까지 결합한 스캔들형의 예다. 

부적절한 연인 관계를 이유로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연인을 '챙겨준' 이 사건은 처음에는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이 스캔들로, 이어 특별교부세 배정 특혜 등 권력형 비리로 확산됐다. 국방부를 뒤흔들었던 린다 김 사건 역시 이 범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우린 친구 아이가' 의리형 

=사회적인 비난이 가장 어려운 유형이다. 어릴적 친구, 친척, 사적인 유대관계를 가진 사업가가 공직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경우다. 

그런데도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다. "우리 지역, 대학, 가족을 대표하는 저명인사가 나오길 바라는 심정에서 지원한다"는 게 '스폰서'의 항변이다. 

2006년 6월 국내 대표적 공기업 수장으로 재직하다 법정에 섰던 K씨가 이른바 의리형 스폰서의 대표적 사례다. K씨는 공직에 있으면서 지인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됐다. 

그러나 그의 지인들은 법정 안팎에서 "공직에서 크게 성공할 친구라서 사사로이 돈에 신경을 쓰지 말고 판공비로 쓰라고 준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처럼 지인이 공직에 있는 친구에게 용돈을 주는 관계 역시 분명한 공직사회의 일면이다. 

한 현직 공직자는 "그냥 친구끼리 만나도 돈을 많이 번 쪽이 '쏘는'경우가 많지 않으냐"며 "공직자는 아예 사적인 모임에 가지 말라는 것도 문제"라고 항변했다. 

◆ 만고불변 "공짜 점심은 없다" 

=스폰서는 '기관의 힘'과 정비례한다. 청와대, 검찰, 국세청, 등 사정ㆍ권력기관에는 항상 선을 대려는 이가 몰린다. 제도의 불확실성에서 안심할 것은 힘밖에 없다는 잘못된 사회인식이 가장 문제다. 

천 내정자 낙마로 최대 위기를 맞은 검찰은 정부기관 중에서도 특히 스폰서 문화에 약하다. 사법연수원 25기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큰 사건 하나 수사하려면 밥값부터 해서 인력운용에만 수천만 원이 깨진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식적인 업무지원비로는 어림도 없다보니 지인들에게 자꾸 손을 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