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동의 A룸살롱. "B씨 있나?" A 가게에는 '특별한 메뉴판'이 있다. 웨이터에게 건네받은 '접대 메뉴판'에는 연예인지망생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 중에는 활동 중인 연예인도 있다. A 가게를 다녀온 C씨는 "방송인 K씨 등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 연예인이 있어 놀랐다"고 귀띔했다.
10년 넘게 연예매니지먼트일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활동이 뜸한 연예인 중에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 룸살롱이나 가라오케에서 DJ를 하거나 접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장밋빛 환상은 금물이다. 고정적인 연예 활동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다. 최근 '산부인과 의사 시신 유기 사건'의 사망자가 배우로 활동했던 이 모씨로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이 씨는 서울 소재 명문대 연기학과 출신으로 지상파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일이 끊기자 유흥업소에 발을 디디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관계자에 따르면 연평균 수입이 1000만 원도 안되는 연기자가 72%에 달한다. 한연노에는 5000여 명의 배우가 가입돼 있다.
연예인지망생의 그림자는 더욱 짙다. 소속사가 없으면 작품 출연 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소속사가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는 신인들이 원하면 생활보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선급식으로 주어진다. 작품에 출연하면 갚아야 하는 '빚'이라는 얘기다.
출연작품이 정해졌다고 살림살이가 피는 것도 아니다. TV 드라마 및 코미디극 배역료 지급 기준을 보면 성인 출연자는 최하위(6등급)지급 기준 금액이 10분당 3만 4650원이다. 70분짜리 16부작 미니시리즈에 출연했다면 약 700만원(미니시리즈 출연료 80%가산 적용)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스타일리스트 비용, 지상 촬영 교통비, 식대, 진행비 등을 제하고 소속사와 수익을 나누다 보면(5대5) 실질 수령액은 500만 원이 채 안 된다.
집에 여유가 없는 신인들은 대부분 '겹벌이(Two Jobs) 족'이다. 아역 배우 출신 C(28)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남의 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왜 여기서 일하냐?'고 물을 때 제일 난처하다"고 말했다.(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