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조차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책은 웹스터 사전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정말 향후 우리의 주택시장은 지속적으로 유효수요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인가. 또 미래수요에 접합한 대응 정책이 검토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지금 눈을 감은 채 당장의 집값 안정만을 위한 대안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수요층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향후 5년, 10년 후에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본이득을 가져다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의 주택수요 구조를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세입자, 내집마련층, 중대형 수요층 등으로 대별해볼 수 있다. 세입자는 전세 등 임대수요이고, 내집마련층은 무주택에서 탈피해 소형주택을 소유하려는 계층이다. 또 중대형 수요층은 소형에서 탈피해 보다 큰 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다. 이 모든 수요층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때 유효수요가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생산인구(15~64세)는 향후 10년 뒤부터 내리막길을 걸을 전망이다. 오는 2016년 3619만명을 최고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추정이다. 특히 입사나 퇴직연령 등을 감안한 실질적 생산연령(25~54세)은 이보다 훨씬 이른 2009년 2415만명에 달한 후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어서 주택구매유효수요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구 및 가구 수 변화와 미래 인구 및 가구 수 변화 추정치를 반영해 산정한 전국 주택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이 2.6~2.9%에서 지속적으로 감소, 오는 2020년에는 2.09%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통계가 이를 밑받침해준다.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고령사회 역시 주택유효수요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변수다. 회사에서 은퇴 후, 경제활동이 더 이상 하기 힘들어지면서 살던 주택을 처분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난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들이 사회에 진출해 집을 사기 시작한 80년대 아파트시장은 급상승세를 탔으며 그들이 생활환경을 고려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강남 아파트 사재기가 일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퇴직 내지는 고령화로 왕성한 구매력을 잃게 되는 오는 2015년부터는 내수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주먹구구식 논리를 우습게 볼 수 없다.

지난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장기불황 10년이 고령화에서 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개인 금융자산의 6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게다가 작금의 주택가격 급등이 수급불안에 과잉유동성까지 겹쳐서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가격안정에 따른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렇게 볼 때 적어도 2010년에 가면 주택시장은 안정을 넘어 공급과잉으로 빈집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