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와 제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우리시대 또 하나의 큰 별이 졌다. 최근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아온 박태준 포스코(전 포항제철)명예회장(이하 박태준)이 향연 84세로 13일 오후 5시20분쯤 끝내 타계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은 지난달 9일 호흡 곤란 증세로 병원을 찾아 흉막-전폐절제술을 받고 회복되는 듯했으나 지난 5일 다시 악화하면서 그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0여 년 전 흉막섬유종이 발견돼 미국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폐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등 후유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그는 누인가? 우리는 ‘박태준’하면 우선 포항제철를 떠 올린다. 지난 78년 당시 중국의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일본에 같을 때 일화 한 토막이다. 덩샤오핑이 당시 신일본제철의 이나야먀(稻山嘉寬) 회장에게 ‘우리도 포항제철같은 제철소를 지어 줄 수 없겠느냐’ 고 물었다. 

그 때 이나야마 회장은 ‘중국에도 박태준 같은 인물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철의 사나이’ ‘한국의 카네기’ ‘쇠에 미친 사람’ 등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하나같이 쇠와 관련된 것들이다. 박태준, 말 그대로 그는 우리에게 ‘철의 사나이’로 불리어 지고 있다.

박태준은 68년 초대 포항제철 설립 당시 초대 사장을 맡은 이후 거의 25여 년간을 철과 함께 살다시피 하면서 ‘철의 사나이’이라고 불리어 질 만큼 철강 전문가의 공인자리를 차지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는 해방 후 귀국, 육군사관학교 6기로 입학하면서 당시 육사교관이었던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을 맺는다. 초대 포철 사장을 맡으면서 자금 확보를 못해 경영에 난항에 부딪히자 직접 일본의 정계와 제계 거물들을 상대로 교섭, 대일본청구권 자금을 포항제철 설립자금으로 끌여들인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비록 김영삼 정부 시절 막판에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어느 정도 빛을 바라기는 했지만 그 이미지 만큼은 말 그대로 강철같이 변함이 없을 정도로 큰 족적을 남겼다. 실제로 경영에 있어서 그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을 이념으로 내세우면서 청렴결백한 경영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