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마담이었다, 권력자가 그의 뒤를 봐주고 있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다 등 그를 둘러싼 온갖 루머가 인터넷과 증권가 풍문으로 나돌았다.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여기에 <나가수>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자격 시비는 더 증폭됐다. 

최근 <나가수>가 시즌1을 마치면서 함께 물러난 적우를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만났다. TV 브라운관에서 보여진 수줍고 단아한 모습과 달리 그의 실제 성격은 호탕하고 솔직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딱 한 가지 묻고 싶다”며 루머와 관련한 속내를 내비쳤다. 

오랜 무명생활을 겪었지만 사실 허스키한 중성의 목소리로 뿜어내는 그의 독특한 창법은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처음엔 저음으로 깔다가 점점 고조되면서 치고 올라가는 샤우트가 으뜸이었다. 음악 전문가들은 그의 음색에 어쿠스틱 감성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마니아 가운데는 유독 50대 이상 통기타 세대가 많다. 

적우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아버지 없이 가난한 외할머니와 둘이 살았다. 할머니가 몸이 아프자 하동, 진주, 대구, 부산 등 친척집들을 전전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만 초롱초롱해 ‘땅콩’으로 불린 그는 늘 외톨이였다. 유일한 위안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었다. 초등생 시절 그는 놀이터 모래바닥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놓고 워크맨에서 나오는 소리에 맞춰 건반을 누르는 시늉을 하며 몇 시간씩 보내곤 했다. 그는 커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장사가 안돼 파리만 날리던 야채가게 아저씨가 늘어진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필 선배님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맞춰 노래를 흥얼대고 있었어요. 손톱에 파란 야채물이 든 손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면서요. 순간 가던 길을 멈춘 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죠. 저도 사람들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63빌딩에서 열린 ‘김현식 콘서트’ 날짜에 맞춰 고3 때 대구에서 상경했다. 친구를 통해 티켓도 구했다. “김현식씨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오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는 그는 그러나 공연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앙코르곡밖에 듣지 못했다. 그날부터 서울에서 모델활동을 하는 친구 자취집에 얹혀 살았다. 가수가 되려고 강변가요제를 수소문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아니어서 자격 미달이라는 말만 들었다. 

기회는 다른 곳에서 왔다. 친구의 촬영 뒤풀이 장소였던 강변의 작은 라이브바에 따라갔다가 조용필, 김현식 노래를 부른 게 발단이었다. 업소 사장은 즉석에서 그에게 노래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미모인 데다 노래 잘하는 여가수가 나온다는 입소문이 번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업소가 세 곳으로 늘었다. 손님 중에는 가요 관계자도 적잖았다. 1990년대 중반 DJ DOC, 유승준, 쿨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배출한 음반 제작자 신철씨가 그를 김현식, 이소라씨 등을 배출한 신촌뮤직에 소개했다. 하지만 적우는 2년 만에 나왔다. 

“엄마를 부양해야 하는데 연습실에선 2년 내내 벌이 없이 바닥청소만 했어요. 다시 노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이례적으로 업소에서 연봉을 줄 만큼 인기 있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났을 때쯤 신철씨가 다시 찾아와 자기가 직접 저의 음반을 제작하겠다고 했어요. 그로부터 3~4년 후인 2004년 발매된 1집 앨범이 <초콜릿>이에요. 저는 보컬로 참여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국내외 톱 뮤지션들이 동참한 앨범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