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경없는 기자회(RSF)' 는 세계 175개국중 우리나라가 언론자유의 순위가 69위로 전년도에 비해 22단계나 밀렸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몇몇 기자 및 블로그 체포와 비판적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였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흔히들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을 포함하여 '제4의 권력' 이라고들 한다. 여기서 우리 역사에 패배를 안겨 주었지만, 당(唐) 태종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옛 중국의 당(唐)나라. 이민과 그의 아들 이세민이 수(隨)를 멸하고 618년에 세운 나라로 290년간 지속된 당시 동방의 맹주였다. 당시 아버지 이민에 이은 2대 군주 태종(太宗, 이세민). 당시 위정(魏征)이라는 쓴소리 잘하는 신하가 있었다. 당 태종이 권좌에 즉위한 지 얼마되지 않은터라 그 신하의 면면을 알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군주는 여러 신하들에게 자신의 정견을 말하는 자리에서였다. 군주는 사냥길의 몇 군데에 별장을 짓겠다고 하자. 불현듯 그 신하는 군주의 잘못된 사고(思考)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에 군주는 자신의 위엄이 여러 신하들 앞에서 훼손되어 화가 치밀었으나 얼굴에 불그스러움의 내색도 못한 채 곧장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군주는 왕후 장손(長孫)앞에서 독백에 가깝께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도 면박을 주었으니, 군주의 위엄을 훼손한 죄를 물어 위정을 벌할 것이다" 고 한 것이다. 이 말에 황후는 그렇게도 "진노하시는 이유가 무엇" 인지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물었다. "전하, 감축드리옵니다." 에 군주는 "아니, 무엇을 감축한다 말이요?" 황후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현명한 군주에게서 충신이 나오는 법이니. 직언하는 신하가 있다는 것은 태평성대를 알리는 징조이니, 천하에 이보다 성스러운 일이 어디 있기에 감축드리지 아니하옵겠습니까!" 고 아뢰었다.

황후의 의견에 군주는 다음 조회 때, 신하 위정을 불러 크게 상을 내렸다. 기분이 언잖았을 군주가 자신에게 상을 내리니 위정 또한 어안이 순간 벙벙할만도 하였다. 이로써 자신의 사고(思考)에 대해 다른 신하도 직언할 수 있는 길이 터진 것이다. 이로써 언로(言路)의 자유가 열린 나머지 ,이러한 직언들을 정책에 반영하여 나라의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좁쌀같은 사고의 편협에 쌓여 민초들의 소리도 듣지 못할 뻔했던 군주의 깨우침. 그 깨우침을 알게한 황후의 지혜. 또한 위정의 직언이 어우러져 나라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당 태종은 현명한 군주가 되었고 20여 년간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과의 언로. 일부 대학교수와 학생간 그리고 여타 집단에서의 언로는 어떠할까. 대통령과 대학교수는 하늘도 아니요. 하늘 아래의 그 위대함도 아니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는 법이다.  교수의 권위 또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며, 소통부재(疏通不在)의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경없는 기자회' 의 보도자료에 귀 기울리고, 신하의 직언을 받아들여 중국역사에 태평성대를 이룬 당 태종의 진정한 권위와 소통(疏通)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진정한 위엄과 권위가 있는 사회와 집단이어야 하며, 비판적 언론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순응하고 언로를 통제하는 사회와 조직은 발전은 커녕 퇴보를 안겨줄 뿐이라는 혜안을 가져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