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회담장에서 퇴장하려든 취재기자들에게 이대표는 “대통령께 드릴 말씀을 써 가지고 왔다”면서 옷에서 원고를 꺼내 15분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차로 와 보니 20분 거리인데 오는데 700일이 걸려, 국정의 방향타 돌릴 마지막 기회”라고, 윤 대통령은 이대표 발언이 끝나자 “예상했던 말씀”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9일 처음 용산 대통령실에 발을 들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을 시작하자마자 농담을 건넸다. 그간 이대표는 8차례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이대표의 “약간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 말에 윤 대통령은 소리 내어 웃었고, 이 대표도 따라 같이 웃었다.

이날 이 대표는 “저는 정말로 대통령님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길 바란다”면서 윤 대통령 면전에서 ‘독재’ ‘통치’ 등의 단어를 써가며 작심 발언을 하면서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

그는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총선에서 편 가르기나 탄압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대통령과 여당에 주문하셨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그런 마음으로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당선 인사 기자회견 발언을 언급,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에 기반하여 국정을 운영하겠다,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을 당연히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초심을 잊지 말고 잘 실행하시면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님과 정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발언 말미에 “정치라고 하는 것이 추한 전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시면 좋겠다”며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연이은 검찰 수사에 따른 언급으로 해석된다.  

회담에서 이 대표가 앉을 의자를 직접 빼 줬던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발언하는 15분 동안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굳은 표정으로 이 대표가 읽는 원고를 응시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가 준비한 발언을 마치자 “좋은 말씀 감사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