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수도권 친이(親李)계의 대거 탈락이다. 서울에선 친이계의 수장(首長) 이재오 의원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선 경쟁자인 정몽준 전 대표만 공천을 받았을 뿐, 상당수 친이계는 탈락했거나 전략 공천 지역으로 분류돼 공천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박계와 쇄신파의 주요 인물은 살아남았다. 이명박 대통령 입으로 불려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경선을 요구해온 종로에는 대구가 지역구인 6선의 친박 중진 홍사덕 의원을 공천했다. 한때 친이계로 불린 나경원 전 의원의 중구 지역 공천은 보류됐다. '친이계는 장수(將帥)만 살린다'던 풍문이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고, 비대위 관계자들 역시 다선(多選) 의원들에게 새 인물을 데려오려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며 불출마를 압박했다.

그러나 서울 공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새 인물을 데려왔는지 알 수가 없다. 공천에서 떨어진 의원은 대부분 4년 전 이명박 바람을 타고 국회에 들어온 젊은 초선 의원이다. 그 빈자리를 메운 주력 부대는 전직 구청장이다. 초선 의원과 전직 구청장을 헌 인물과 새 인물로 가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직 구청장 대부분은 나이도 탈락 의원들보다 많다. 이번 공천 목적이 이명박 색채를 지우는 데 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목표 미달이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영남권에선 친박 중진이 다수 탈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부산에 36세의 문대성 IOC 위원과 27세 여성 손수조씨를 공천한 것처럼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에서 젊고 새로운 인재를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