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지TV가 27일 공개한 북한 함남 요덕정치범수용소 모습으로, 정치범들이 경비대와 보위부원들의 주택가를 돌며 인분을 퍼내, 나르는 모습이다./후지TV제공북한의 대표적인 정치범수용소 가운데 하나인 함남 요덕의 요덕정치범수용소 내부를 찍은 비디오가 일본의 후지TV에 의해 최초로 공개됐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적은 있으나 비디오로 촬영한 동화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덕수용소는 북한에서 '제15호관리소'(일명 조선인민경비대 제2915군부대)로 불리며 요덕군내 5개 리(구읍, 입석, 대숙, 평전, 룡평)를 포괄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은 요덕수용소 내 남쪽 입구에 위치한 국가안전보위부 경비대본부와 그 가족들이 살고 있는 '구읍지구'의 일부를 촬영한 것이라고 이곳 출신 탈북자들은 확인했다. 구읍지구는 국가안전보위부와 경비대 요원 및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관리자 마을과 정치범 마을로 나뉘어 있으며, 두 마을은 전기철조망으로 분리돼 있다.
동영상에는 정치범들이 경비대와 보위원들의 주택가를 돌며 인분를 퍼내고 있는 모습과, 이들이 언 배추잎을 먹다가 경비병이 다가서자 황급히 감추는 모습이 담겨 있다. 화면에 비춰진 주택가 주변에는 전기철조망이 늘어져 있다.
이곳 출신으로 지난 93년 탈북, 입국한 안혁씨는 "경비대가 정치범들의 작업을 근접 감시 하는 것은 특별구역, 이를테면 수용소 내 보위부마을 같은 곳에 이동작업을 할 때"라며 "화면에 등장하는 곳은 정치범들이 거주하는 정치범마을이 아니라, 보위원들과 경비대가 살고 있는 마을"이라고 말했다. 함북 회령의 제22호수용소 경비병 출신인 안명철(35)씨도 "화면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군인들이 입다 버린 옷을 입고 있는 정치범들이 틀림없다"면서 "이들이 특정지역에 불려 나와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요덕수용소는 1987년까지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구역으로 나눠져 있었으나 그후 혁명화구역은 대폭 축소되고, 90%가 완전통제구역으로 전환됐다. 화면에 등장하는 정치범들은 완전통제구역의 정치범들로 평생 수용소에서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망명한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은 7~8명이나 모두 수용소에서 일정 기간 고된 노동을 통해 사상단련을 받은 뒤 사회로 환원하는 혁명화구역 출신들이다.
후지TV측은 촬영자의 신변안전 때문에 어떤 경로를 통해 비디오를 입수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 출신 탈북자들은 "정치범수용소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일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수용소 관계자나 경비대와 연계된 사람들이 아니면 촬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