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 '선(先)핵포기, 후(後)체제보장' 정책을 고수한다면 북한은 차기 미 대통령과 협상을 준비하거나 핵무기 등의 개발과 보유 시위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김정일 정권 10년 변화와 전망'이란 주제의 학술회의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허 연구위원은 "미국이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할 경우 북한은 중국의 대북 정치.경제적 지원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배려를 의식해 3차 6자회담에는 임하되 위장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차기 미 대통령과 협상을 준비할 것"이라며 "또 중국을 비롯한 5개국의 압박이 강화된다면 북한이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보유 시위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김정일 정권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북한은 위장협상에서 벗어나 정권생존 확보를 위한 진의협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학술회의에서 ▲남한내 보수진영 약화 ▲대남교류사업을 통한 선전선동사업 강화 ▲경협 강화 ▲한미갈등 조장 등을 향후 북한의 대남정책으로 규정했다.
최 연구위원은 "핵개발로 고립된 북한이 경제적 지원과 대미협상력 제고를 위해 '미녀응원단' 등에서 볼 수 있었듯이 각종 이벤트성 행사를 통한 통일열기 속에서 남한내 보수진영을 반통일세력으로 고립시키려 할 것"이라며 "또 북미갈등 와중에 남한에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확보한 후에도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며 한미갈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개성공단은 물론 각종 방북단으로부터 나오는 공식.비공식 경비외의 뒷돈이 주요 외화 수입원이기 때문에 북한은 경협을 강화할 것"이라며 "장관급회담도 핵문제 등 본질적 토의보다는 식량.비료 등 대북지원 협의창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의 개혁 가능성과 별도로 북한정권의 부도덕성과 호전성 등 과소평가 금물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대북정책 ▲조속한 남북군사대화 등을 향후 대북정책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