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현대가 새해 첫 전시로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을 본관과 두가헌갤러리에서 15일부터 마련한다.

풍속화는 모두 10점이 나온다.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혜산 유숙 등 조선 후기 풍속화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다. 석공이 돌 깨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그린 공재의 ‘석공공석도’, 한 스님이 나무 아래에 앉아 이를 털어내는 장면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관아재의 ‘이 잡는 노승’, 긍재의 ‘새참 나르기’ 등이 대표적이다. 
 
김준근의 ‘설날 널뛰기’, 19세기 말, 비단에 채색, 26.5×36㎝

심전 안중식의 ‘평생도’는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돌잔치부터 회방연(과거 급제 60주년)까지를 10폭의 병풍에 담았다. 양반의 이상적인 일생을 그림으로 엮는 ‘평생도’는 단원 김홍도가 시작한 이후 하나의 장르로까지 이어졌다. 심전은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의 스승으로 화원 출신이다.

두가헌갤러리에선 평민 출신의 풍속화가로 이름난 기산 김준근의 작품 50점이 출품됐다. 새롭게 발굴된 것들로 처음 공개된다. 기산의 풍속화는 세세한 표현, 다채로운 채색이 돋보여 민속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기산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원산을 찾은 외국인들의 주문을 받아 대량의 풍속화를 그려내 그의 작품은 ‘수출 풍속화’란 이름까지 붙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도 1600여점으로 국내보다는 미국·독일·프랑스 등 해외 주요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농사의 주요 장면, 길쌈 등 여인들의 각종 일, 바둑이나 장기·윷놀이 등 일상적 놀이장면을 사실적으로 담은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대중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춘화전이다.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담아 만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는 춘화전은 춘화집 ‘운우도첩(雲雨圖帖)’과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에 실린 15점으로 구성됐다. 19세기 초·중반에 나온 이 춘화집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화풍이 느껴진다 해서 그들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품들 중 일부는 그동안 인쇄물로 유통되긴 했으나 원화 화첩 전체로는 처음 공개된다.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한국 춘화는 명분과 체면을 중시한 유교이념이 강한 데다 상업 발달이 더뎌 중국, 일본보다 한두 세기 늦게 출현했다”며 남녀노소·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신분사회에 대한 풍자가 짙고, 야외 장면이 많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