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통령기록관에 안 넘겼나

검찰은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내면 의사의 영역이라서 (이유를) 알 수는 없다"며 "보안상 이유로 삭제를 지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조명균 비서관이 2008년 2월 14일 보고에서 "동 회의록의 보안성을 감안"이라고 말한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1급 비밀로 보관하도록 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회의록을) 2급 비밀로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1급으로 했던 이유는 보안성 강화 때문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도 (자신이 퇴임한 뒤 국정원에서) 2급으로 (보안 등급을 다시) 내린 다음에 공개할 것은 생각을 못한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수사 결과로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후인 2007년 10월 23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오른쪽부터)이 청와대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전기병 기자 더욱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법률상 30년 이상 공개하지 못한다. 반면, 1급으로 분류된 국정원 회의록은 후임 대통령 등 1급 비밀 취급 인가권자는 볼 수 있다. 만약 '보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라면 국정원본(本)을 지우고 대통령기록물을 남겼어야 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한 셈이다. 당장 노무현재단 측은 이날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긴 기록은 30년 동안 노 전 대통령 본인만 볼 수 있다"며 "(그런데 그 기록은 삭제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열람할 수 있도록 국정원에서 (대화록을) 관리하게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정원 회의록은 노 전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남겨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삭제를 지시한 시기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라며 "당시에 만약 국정원에 '대화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면, 국정원 실무자들은 당연히 이를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했을 것이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일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정원 회의록을 파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보안 등급을 1급으로 높여서 극소수 관계자만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회의록을 기록관에 이관하면 최소 15년 후 온 국민에게 공개돼 역사적 평가를 받지만, 국정원에 1급으로 보관하면 소수의 비밀 취급 인가자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왜 '수정' 지시했나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작성된 회의록을 열람한 뒤 비서진에게 수정·보완을 지시했다. 그는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다듬고, 오해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각주를 달아서 완성도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해 이지원에 올려 두기 바란다"며 "NLL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도 추후 다루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화록상에는)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임기 내에 NLL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 지시를 보면 수정 지시의 1차적 목적은 자신이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것처럼 말한 것으로 해석될 부분을 바로잡는 것을 포함, 오류를 잡으라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유출된 회의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회담에서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게 '삭제된 대화록'에는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로 돼 있었다. 결국 국정원에 보관된 녹음파일을 확인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기억이 맞았던 것으로 확인됐고 대화록이 수정됐다.(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