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 시절 안기부 제1특보였던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1일 조갑제닷컴에 ‘황장엽-김현희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을 올린 뒤 “김씨가 지난달 31일 황 전 비서가 집필과 지인 면담에 사용하는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황 전 비서를 만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황 전 비서가 탈북을 단행했던 1997년에 첫 만남을 가진 뒤 12년만에 다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두 사람의 만남에는 월북무용가 최승희로부터 무용을 사사(師事)한 탈북 무용가 김영순 여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만남에서 황 전 비서는 “어서 와라. 그 동안 사선(死線)을 돌파하면서 용케도 이렇게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고 했고, 김씨는 “12년 만에 뵙습니다. 그 동안 건강을 염려했는데 이렇게 건강하신 것을 보니 그렇게 기쁠 수 없습니다”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황 전 비서는 김씨의 손을 부여잡고 “이제 앞으로는 우리 함께 투쟁하자”고 했다. 

누군가가 김 씨의 소식을 지적하면서 “남편이 벌이가 좀 적어도 먹는 걱정은 없겠다”고 농을 걸자 김씨는 “그러나 아이들이 있잖아요. 특히 큰 아이인 아들녀석이 반찬 투정을 할 때가 더러 있어서 그때마다 나는 ‘이북의 어린이들이 얼마나 굶주리고 사는지 아느냐. 반찬 투정을 하면 이북으로 보낼까보다’ 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고 대꾸를 해서 주위에서 웃음을 터뜨렸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김씨는 황 전 비서 등과 점심 식사를 끝내고 “선생님은 제가 어려울 때마다 마음으로 의지하는 큰 스승님”이라면서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작별을 고했고, 황 전 비서는 “잠깐이면 늙는 것이 인생이니 시간이 있을 때 반드시 공부에서 손을 놓지 마라”면서 ‘인간중심 철학원리’와 ‘회고록’ 등 자신의 저서를 전했다. 

이에 김씨는 시골에서 들고 온 ‘청도 반건시’라는 상표의 곶감 두 상자를 황 전 비서에게 전했다. 

김씨는 1997년 당시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이었던 남편과 결혼한 뒤 시댁 가족들의 생활의 터전인 경상북도로 내려가 1남1녀의 어머니가 됐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당시 ‘친북·좌파’ 세력에 의한 집요한 시달림을 견디지 못한 김씨 일가는 살던 집을 버리고 시골의 한 작은 도시의 전화도 수도도 없는 허름한 ‘옥탑방’에서의 ‘피난’ 아닌 ‘피난’ 생활을 6년째 이어 오고 있다”고 전했다.